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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용규 Oct 07. 2020

내비게이션은 차를 움직일 수 없다.#3

배웠으면 써먹어라-학용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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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의 한계를 느낀다면 내비게이션은 어떤가요? 공부 잘하면 좋은 대학, 취업 성공은 신의 직장- 공사에 입사하는 것. 최고의 직업은 판·검·의사, 누구나 나침반이 북쪽을 향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꼭 그런 성공만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생은 학원 원장이, 사회 초년생은 멘토가, 직장인은 코치가 ‘인생의 내비게이터’입니다. 과연 내비게이션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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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튜버가 후배와 나눈 취중진담을 정리했습니다.  


 A : 솔직히 말해서 자기 계발서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해.


 B :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우울함을 더 부추기는 느낌이 들어.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 이런 느낌...


 A : 나는 자기 계발의 통계 오류라고 생각해.


 B : 통계 오류?


 A : 자기 계발서 보고 실패한 사람도 있을 거 아냐. 성공한 사람만 데리고 와서 이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를 가져가니까 논리적으로 이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책에 쓰여 있는 대로 했는데 너는 왜 못하니?' <중략>  우리 모두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거야. 근데 책들 보면 누구나 다 위대해져야 되고...  


 B :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를 좀 교묘하게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앞으로 이런 사람들(강연자·저자) 없이 진짜 오롯이 실력으로만 겨를 수 있는, 개인의 노력이 거짓 없이 빛을 바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유튜브, 『스타트업 생존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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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이들 대화에 공감하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다 알고 있는 내비게이션의 한계는 무얼까?  내비게이션은 ‘차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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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경기는 머리로 넣은 골·페널티킥으로 넣은 골·중장거리 골 모두 1점만 줍니다. 심지어 90분을 관람했는데 스코어가 0 : 0 이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반면 1인 종목인 태권도·레슬링은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차등 부여됩니다. 승패는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알 수 없습니다. 보는 재미가 쏠쏠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직장 생활은 큰 그림에서 단체경기입니다. 누군가는 골키퍼를 해야 하고 경기 내내 지루하리만큼 서 있어야 합니다. 단체경기는 1인 경기와 달리 무엇보다 협력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의사소통이 핵심기술입니다. 1인 경기라면 핵심기술은 달라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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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직장이라는 축구장에서 뛰고 계시나요? 오버헤드킥 같은 멋진 골을 넣어도 1점만 주니 허탈한 적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이 태권도·레슬링 같았다면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필살기를 가진 선수가 많으니까요. 인생 멘토의 강연ㆍ자기 계발서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답답함은, 축구선수가 태권도·레슬링을 보며 어리둥절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성공한 사람들을 보십시오. 대다수 개인 종목 선수들입니다. 그들처럼 성공하고 싶다면 전략을 다시 짜야합니다. 첫째는 1인 업종 변경입니다. 단, 버틸 능력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십시오. 그것이 퍼스널 브랜드가 되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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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흙 놀이하는 장면을 지켜보십시오. 선생님도 없고, 규칙이나 매뉴얼도 없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놉니다. 심지어 그만하라고 말려도 꿈쩍하지 않으며 어떨 땐 끝내기 싫어서 울기까지 합니다. 이유는 흥미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가 지닌 장점은 몰입이었군요. 그렇다면 흥미 있는 일을 해야 성공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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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여자 친구 호출에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이미 저녁을 먹고 나온 터라 음식이 맛있을 리 없습니다. 여자 친구 앞에서는 싫은 표정을 숨겨야 합니다. 한술 더 떠 어제 회사 동료들과 보았던 영화를 여자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하니 영화관에서 내내 졸음이 쏟아집니다. 시간 낭비·돈 낭비를 했다는 생각은 사랑의 힘으로도 극복이 안 됐던 연애 1년 차 시절, 필자의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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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의 법칙’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습니다. 이는 재화를 계속 구매할 경우, 새로 구매한 재화로부터 느끼는 만족도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비단 경제학뿐이겠습니까? 우리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도 동일합니다. 작심삼일이 의미하듯 흥미에도 유통기간이 있습니다. 흥미가 주는 열정을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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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달리던 차에서 갑자기 연기가 났습니다. 냉각수가 부족한 탓에 하마터면 불이 날 뻔했습니다. 정비사가 온도계 눈금이 항상 70 ~ 95도 사이에 있나 확인하며 운전하라고 합니다. 앞으로 그의 조언을 무시하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비사의 손을 거친 든든한 애마를 타고 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내 마음의 온도는 안전한가. 무미의 온도라면 열정을 넣어야 하고, 흥미의 온도라면 냉각수를 넣어 진정시켜야겠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이 '의미의 온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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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행복하게 하는 불량 습관』에서 백정미 작가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다른 이들이 단숨에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갔다고 부러워하지 마라. 시기하지도 마라. 내면이 알찬 사람은 자신이 노력하는 것을 광고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한 후에도 지나간 시절 고생 담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는다. 천천히 성장하겠다는 마음을 가져라. 조급한 마음이 없으므로 오히려 일에 집중이 더 잘 되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올라가라. 한꺼번에 많은 계단을 올라가다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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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은 차를 움직일 능력이 없습니다. 인생 내비게이터들이 말하는 성공과 나의 간극을 채우러 애쓰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지금도 충분히 '의미의 온도'를 유지하며 잘하고 계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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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세요. 그리고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립시오. 복권을 긁을 시간이 있거든 자신을 성장시킬 책을 읽기 바랍니다. 쓸모없는 욕심만큼 삶을 곤궁하게 만드는 것도 없습니다.



글 : 손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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