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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Jul 27. 2022

통영에서 한 달 살기

8화 : 충무김밥이 갑자기 먹고 싶어진 이유

봉수골에 있는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운영하는 책방 ‘봄날의책방’에 갔다. 지역 동네 책방들의 기획 시리즈로 제작된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는 신간이 나와 있었다. 통영의 충무김밥집들 중에 너도 나도 원조라고 주장하는 상호명들 중 과연 원조는 어디일까 궁금해서 책을 구매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18페이지의 서문이다. ‘통영 사람으로서 당연하게 여겼던 걸 당연하지 않게 접근해 보기로 하자. 왜? 재밌을 거 같으니까.’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접근해 보기.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기획의 출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무김밥은 원래 뱃머리 김밥으로 불려졌던 음식이다. 음식명 앞에 지명이 붙게 된 것은 81년도에 열렸던 국풍81이라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진행했던 축제 현장에서였다.뚱보할매김밥의 창시자 어두이옹은 이 행사에서 700인분의 김밥을 서 너 시간만에 매진시킨 로컬 히어로였다.


원조에 대한 부분은 명료하게 그렇다고 서술하고 있지 않지만, 어두이옹의 성과가 충무김밥의 역사의  획을 그었음을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뚱보할매김밥이 먹고 싶어졌다.

어두이옹의 얼굴 사진이 가게 한 켠에 걸려있었다. 관상을 볼 줄은 모르지만 왠지 호탕하셨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가장 먼저 나온 따끈따끈한 시락국을 들이켰다. 딱 맛있는 감칠맛 있는 시락국이었다.


충무김밥은 사실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처음 통영에 와서 충무김밥을 먹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통영에 가족들과 여행을 와서 충무김밥을 먹었을 때를 떠올릴 수 있는 음식이었다.


엄마의 강경한 “무조건 이 집에서 먹어야 해. 여기가 원조야.”이라는 주장에 몇 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겨우 들어가서 먹고는 혼자 속으로 ‘뭐가 그렇게 맛있다는 거지?’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그 맛이었다. 충무김밥의 맛으로 그날의 맛이 떠올랐다. 그게 좋았다.


그리고 나는 소식좌다. 1인분으로 상정된 충무김밥의 양이 8개인 것이 좋았다. 다만, 충무김밥이 뱃사람들의 간식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이 되었기에 그에 맞춘 섞박지와 오징어 어묵 무침도 김밥에 알맞게 줄어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충무김밥이 먹고 싶었을 때는 혼자서 비진도에 갈 때였다. 해수욕장에서 바다멍하기를 잘하기 위해서 충무김밥을 포장해서 갔다.


한일김밥은 통영에서 충무김밥으로 체인점이 4군데나 있는 곳이다. 가장 사업화가 잘 된 곳의 충무김밥의 맛이 궁금했다. 섞박지가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것이 어두이옹의 김밥과 가장 달랐다.


충무김밥은 쉽게 쉬지 않는 음식이라 여름에도 포장을 해서 이동한 후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 것 같다. 다만,

포장을 했더니 시락국이 따로 나오지 않아서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동생이 통영에 놀러 왔을 때이다. 통영하면 충무김밥을 먹어줘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더 들 것 같아서 충무김밥집으로 갔다. 어두이옹의 바로 옆집, 원조3대할매김밥집이었다.


세 군데 중에 양념 맛이 가장 강했다. 시락국의 맛도 걸쭉했다. 충무김밥을 먹으며 엄마의 옛날 옛적 고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가족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확대되었다.


슴슴한 맛의 충무김밥은 음식의 맛에 집중하기보다는 편의성과 추억의 맛으로 또 찾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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