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여행기 7
제주도는 우리의 단골여행지이다.
바다가 있어 좋고, 바람이 불어서 좋다.
관광지로 너무 유명한 곳만 가지 않는다면 이만한 여행지가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골라가는 편이다.
차귀도로 들어가는 표를 구하는 매점엔 구운 한치의 맛좋은 냄새가 깔려있었다.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면 그걸로 의견은 통일이다.
매점 좌판에 앉아 구운 한치에 컵라면을 곁들인다.
배가 오기까진 아직 시간이 넉넉했다.
라면 국물까지 싹 비워낸다.
꽤나 큰 배가 도착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차귀도로 향한다.
우린 별생각없이 왔지만 지금이 노을질 때라 피크타임이라나.
차귀도 선착장엔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보인다.
집으로 썼던 가건물 같은 것도 있고, 곳곳에 쓰레기도 있고, 선착장 바로위엔 무너진 담벼락도 있다.
하지만 모든 건 풀에 묻힌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이면 무엇이든 풀이 덮는다.
사람의 발길이 잠시라도 닿지 않으면 우리가 따라 걷는 둘레길도 아마 얼마안가 풀에 덮일 것 같았다.
차귀도는 그만큼 관리 밖의 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일하게 섬에서 살아남은 건물인
등대마저 무인으로 운영되고
관광객말고는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는 섬이었으니 말이다.
슬리퍼를 신고 온 너에겐 상당히 곤욕스러운 상황이었다.
둘레길 주변의 풀들이 자꾸 너의 발목과 종아리를 할퀴었고
슬리퍼 사이로는 모래며, 벌레며, 잡초들이 비집고 들어왔으니까.
큰 섬이 아니었음에도 너는 포기를 선언했다.
아픈 배 부여잡고 8시간씩 걸어다니던 너였는데
가장 싫어하는 벌레와 풀에는 역시나 약한 모습이다.
우린 잠시 서서 해지는 걸 구경했다.
그다지 인상깊다고 할 수 없는 하늘, 바다, 풀숲
너는 짜증이 한가득이다.
그렇지만 돌아갈 수가 없는걸...
배가 돌아오려면 1시간은 더 여기에 있어야만 했다.
가만히 있으면 벌레에 물리니 그나마 풀이 낮은 섬의 뒤편으로 걸었다.
멋진 풍경은 서쪽의 등대와 절벽너머에 있을텐데
우리는 멀리 다른 관광객들 걸어가는 것만 쳐다본다.
너는 나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나랑 오면 맨날 이상한 곳만 오게 된다고...
왜 자기 생각은 하나도 안해주냐며 뾰루퉁해진다.
자주 있는 일이다보니 나도 면역이 됐나보다
미안하다만 연신 반복하고 저 멀리 등대로 눈을 돌린다.
'그렇게 가보고 싶어?' 네가 물어본다.
'가고 싶으면 혼자 갔다와 나는 못 가'
보통 이렇게 얘기하면 가지말라는 소린데 나는 눈치가 없다.
'그래?'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 뒤 신나게 뛰어간다.
지금 이 상태를 봤을 때 다음에 오자고 해도 절대 올 수가 없는 곳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거다.
아니면 그냥 정말 눈치가 없거나. 나도 잘 모르겠다.
등대까지 단숨에 달려가고,
잠깐 절벽 아래 해지는 모습을 눈에 담고는
손을 흔들면서 네가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
어이가 없었는지,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자기도 괜히 좋았는지
화가 조금 풀린 것 같았다.
눈치 없이 핸드폰을 들이밀며,
사진 보라고, 동영상 보라고 권하는 내 모습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참 창피하다.
그럼에도 좋아해주는 당신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