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길이 내 길인가?" 하며 방황하던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회사 동기로부터 앱 개발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무모하게 사무실을 마련하고 책상과 의자를 샀다. 벽 한쪽에는 사업자 등록증을 걸었다.
‘스타트업의 대표’
나는 이 직함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전문 분야가 아니었던 프로그래밍, 그것도 앱 개발을 처음부터 공부하면서 사업을 할 수준의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계속 피했다.
이것이 끝나면 다시 무기력한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현실을 부정했다.
동업자와의 계속된 의견 충돌, 기술과 자본의 부재
반년도 되지 않아 사업에서 손을 떼었고,
사무실은 1년이 되어서야 정리가 됐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은 실패를 통해 얻어진다고 한다.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동업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기록해본다.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반려견 출입 가능 업소를 지도로 표시해주는 앱 '댕동여지도'(가칭)
우리가 개발하려고 했던 것은 애견 동반이 가능한 모든 장소를 볼 수 있는 앱이었다.
식당, 카페, 술집, 쇼핑몰 등 가능한 모든 곳을 지도에 표시해주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대형견 출입 가능, 테라스, 등 여러 조건의 필터를 걸어 타 플랫폼과 차별을 두려 했다.
당시 반려동물을 소유하는 인구수 1000만을 기록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동기와 나는 성공을 확신했다.
하지만, 몇 달 간의 기획 단계에서 여러 갈등을 빚었고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무실을 정리하게 됐다.
아이디어를 그냥 버리는 것이 아쉬웠던 나는 혼자서라도 끝까지 완성해보고 싶었다.
앱보다는 구현하기 쉬운 워드프레스(Wordpress)라는 홈페이지 제작 툴을 이용해 서비스 출시를 했다.
목적은 달성했지만 사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결국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워드프레스로 출시한 애견 동반 장소 검색 서비스 '댕동여지도'
분명 애견인이라면 환영할만한 서비스였다.
실제로 서비스 이용을 위해 홈페이지에 정보를 등록한 업체들도 있었고, 확장이 충분해 보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1. 기획의 중요성을 무시한 섣부른 시작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란 책을 보면
사업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있어 '생각은 글로벌하게, 테스트는 로컬하게'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도 글로벌했고 테스트도 글로벌했다.
처음부터 사업 영역을 국내 전체로 고려하였고,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명이서 감당하기 벅찬 일에 도전하기는 무리였다. 에너지 소모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사무실을 구했고 다른 서비스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철저히 분석하지 않았다. 기획 단계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모두 무시했던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중고거래 앱인 '당근 마켓'은 판교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판교 장터'였다.
'페이스북'이 하버드 학생들만의 네트워킹 서비스였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시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번의 작은 시작으로 이 확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이 서비스는 앱이 꼭 필요하지 않았다.
나와 같은 공대 출신의 개발자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기술의 구현에만 집중하여 소비자가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놓쳤다.
사실 이 서비스는 꼭 앱, 홈페이지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좀 더 쉽게 제공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페 등 반려견 동반 장소를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오히려 이 방법들이 앱보다 소비자에게 접근하기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반려견과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이 정보를 쉽게 접하는 것이면 됐었다. 앱을 만들겠다는 개발자적인 사고에 갇혀 소비자와 점점 멀어졌다.
3. 동업자 간의 서로 다른 지향점
전공 분야가 아니다 보니 둘 다 앱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기술력이 부족했다. 성격도 정반대였다. 나는 차분하고 내성적인 반면에 동기는 열정적이고 추진력이 강했다. 하지만, 동업을 하는 데 있어 이 부분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다고 본다. 기술이 부족하면 도움을 받으면 된다. 반대되는 성향은 오히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각자가 지향하는 사업의 목표와 방향이 일치하는가?'이다.
나는 기술적인 부분은 최소화하고, 빠르고 간결하게 시작해 마케팅과 영업에 집중하길 바랬다. 동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 실력을 키우는 목적이 강했고, 이 반려견 동반 장소 검색 서비스도 하나의 프로젝트로 생각했다.
누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의 목표가 달랐을 뿐이다.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달렸기 때문에 점점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동업 대상을 찾는 것은 결혼 상대를 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서 주변의 친분이 있는 사람과 함께하며 의지하고 싶어 진다. 리스크를 분산하고 싶은 것은 본능이지만, 이는 마치 혼자 살기 외로울 것 같고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아무 하고나 결혼을 하는 것과 같다.
스타트업에서도 무턱대고 함께할 동업자, 직원을 찾는 것보다 먼저 주변 사람들에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