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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ooBoo Aug 11. 2023

상자에는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열어보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남은 수명을 알게 되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북리뷰 #003. 책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10여 년 만에 찾은 인생 소설책.... 별 다섯 개 ★★★★★


이제는 그것이 나타나기 전의 세상을 떠올리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3월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봄과 함께 찾아온 그 작은 상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집 앞에 상자가 하나 배달되었다. 복도를 보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하나씩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상자에는 나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있다.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른다.


당신은 이 상자를 열어보겠는가?

그리고 나는... 열어 봤을까?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람에게 상자가 하나씩 배달되었다. 당신은 이 상자를 열어보겠는가?


이 상자에는 끈이 하나 들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 끈의 길이가 사람마다 제각각이란 것. 제목으로 이미 유추할 수 있겠지만 상자에 들어 있는 끈의 길이는 그 사람의 수명을 의미한다.


소설은 이 상자가 나타난 직후인 봄부터 시작하여 여름, 가을, 겨울, 봄 그리고 몇 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대부분의 분량을 상자가 나타난 첫 해에 할당함으로써 상자와 끈의 존재로 인해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양한 직업, 연령, 성별 그리고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 서로 다르게 표현되는 그들의 감정과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공감과 연민을 느낄 때도, 혹은 절망과 좌절 그리고 악의를 느낄 때도 있다.


22세 이하는 받은 사례가 없죠?
그렇대요. 젊은 애들은 죽음을 미리 아는 것에서 예외라니 약간 불공평하죠.
... 끈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달라서 헤어졌다는 커플도 있다더라고요.




그 해, 봄. 22세 이상인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수명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글의 내용과 인용은 모두 상자가 나타난 직후인 봄에 대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이 상자가 처음 나타났을 때, 이 상자가 누가 보낸 것인지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상자를 열어보고도 안에 들어 있는 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끈이 짧은 사람이 하나씩 죽어가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니나는 끝까지 열지 말자고 했지만 모라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어느 날 밤 모라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모습으로 말했다.
"나 상자 열어보고 싶어."
"그럼 같이 열어보자" 니나가 말했다.
"아니, 너도 같이 열어보자는 말은 아니야. 날 위해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열어볼 거면 같이 하는 게 나아."
니나는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의 끈이 짧게 싹둑 잘려 있다는 것을.


상자를 받자마자 열어 본 사람도 있고 열지도 않은 채 바로 버리는 사람도 있다. 나중에 보려고 잘 보관해 두는 사람도 생겼다. 즉, 모든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수명을 알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수명을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이 당신에게 남은 수명을 알려준다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날 누군가 나타나 우리에게 남은 수명을 알려준다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친구들의 수명을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의 수명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될까.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그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리고 만약에 나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과연 이 상자를 열어 보는 것이, 상자를 열어서 수명을 알아내는 행동 자체가 맞는 걸까?



당신의 끈은 다른 사람들보다 짧았다.


소설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인 짧은 끈긴 끈을 가진 사람을 나누어 이들의 삶이 변해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오는 각각의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나는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했을까라고 상상해 봤다. 그러면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내가 생각한 그 모습들과 감정들이 글로 표현되어 있었다. 작가의 상상력과 고민의 정도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되는 부분이다.


"하나님 믿으세요! 하나님 믿고 구원받으세요!"
"여러분은 끝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내 인생 살러 갑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문을 닫습니다."
"폐업, 인생도 마무리하러 갑니다"
어떤 이들은 분노하며 상자를 없애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상자는 비행기 블랙박스처럼 강력해서 무슨 짓을 해도 망가뜨릴 수 없었다.


신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려는 자.

끝을 준비하는 자.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삶을 정리하는 자.

그리고 분노를 표출하는 자...


과연 나는 그리고 당신은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세상은 짧은 끈의 사람과 긴 끈의 사람으로 나뉘어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짧은 끈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상자를 열어본 후 모라는 니나에게 자신을 떠나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니나는 거부했다.
"네가 날 사랑한다는 거 잘 알아. 하지만 난 남은 수명이 10년도 되지 않아. 넌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지." 모라는 니나에게 말했다.


시한부 인생.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기에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시나리오는 익숙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다. 시한부를 말하는 사람이 아직도 여전히 건강하고 삶의 끝을 준비해야 할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끈의 길이가 짧다는 것뿐이다.


자, 이제 당신은 짧은 끈이라는 이유만으로 드라마, 영화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수 있겠는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이탈리아인 부부가 손을 잡고서 함께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상자를 열어보고 신부의 끈이 엄청나게 짧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였다. 동반 자살 시도에서 신랑만 살아남고 그의 사흘 된 신부는 목숨을 잃었다....

"진짜 미친 게 뭔지 알아요? 남자는 자기가 죽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단 거죠."




소설은 끈의 길이, 즉 수명을 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도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는 그림에 잘 녹여내었다.


아직 상자를 열어보지 않은 에이미는 끈에 물들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끈의 존재가 왠지 흥분되기도 했다. 물론 무섭고 혼란스럽지만 조금은 경이롭다랄까?

짧은 끈을 가진 사람에 의해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짧은 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불안감에 병원에 온 손님을 받아주지 않아서 발생한 사건...

"여기서 득 보는 건 총기 로비스트들하고 그들과 한패인 정치인들 뿐이지." 누군가가 말했다.


상자를 열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점. 짧은 끈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표출하는 분노.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면서 여전히 이성적인 듯 보이며 변함없이 사회를 탓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다.


아직 상자를 열어보지 않은 에이미는 끈에 물들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분명 짧은 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받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만약에 아파서 병원에 갔다면, 우리는 끈의 길이를 의사에게 말해야 할까? 의사는 끈의 길이를 물어볼 권리가 있을까? 끈의 길이는 공개되어야 하는가?


만약 모라가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의사는 모라에게 끈에 대해 물어볼 자격이 있는 걸까?... 그냥 상자를 열어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도 된다. 하지만 만약 끈에 대해 알고 있다면 병원의 대우가 달라질까?... 긴 끈 환자와 짧은 끈 환자 중에서 긴 끈 환자를 먼저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까?


짧은 끈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는 게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소설 속의 사회는 정말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보험사에서 보험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

은행에서 수명이 짧다는 이유로 대출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장기 재정 계획의 일환으로 회사에서 잘렸다.

사회에 대해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을 헤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때 죽은 사람들도 짧은 끈이었다.

집과 재산 그리고 재산을 버리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쓰기 위해 모두 떠나버렸다.



긴 끈을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무모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늙을 때까지 살아 있으리란 것이 보장되자 용감해지기 시작했다.

스카이 다이빙, 카레이싱 그리고 마약에 도전했다.

이들은 긴 끈이 생존만 보장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상자가 발생한 시점은 선거가 있는 시기였다.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한 부부가 상대 후보의 끈이 짧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은 과연 선한 존재일까? 그렇다고 이게 잘못된 일일까?


"당신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린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어요. 웨스 존슨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재임 중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요."
캐서린이 신난 듯 두 팔로 남편의 허리를 껴안았다.




책이 나에게 주는 과제: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아는 것이 모든 것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다만 상자 속에 있는 끈의 길이가 어느 정도이든 상관없이 내가 하고자 하는 것, 지향하는 점만 명확하다면 진폭의 크기가 커진다 한들 중심이 되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끈이 나타나기 전에는 그래도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었죠


끝내기 전에 갑자기 찬 물 한 바가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도 신에게 거절당할 수 있는 사례를 책에서 보여준다.


왜 그만두시는 건가요?
"지쳤나 봅니다. 겁에 질리고 너무도 절박한 모습으로 울면서 병원으로 찾아와 내가 줄 수 없는 답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사실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실 전 더 이상 의사가 하고 싶지 않아요. 한때는 제가 수 백 명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죽음과 싸워서 이긴 거라고. 하지만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죠. 제가 살린 사람들은 어차피 죽지 않을 사람들, 끈이 남아 있던 사람들이라는 걸요.... 공정한 싸움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상대와 계속 싸우기가 힘들어요."
"끈이 나타나기 전에도 똑같지 않았나요?" 벤이 물었다.
"그렇죠. 하지만 끈이 나타나기 전에는 그래도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었죠."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더라도...

'계속' 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쉽지 않네...




상자에는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열어보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남은 수명을 알게 되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끝.




북리뷰 #003

책 : 『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상자를 열어보겠습니까?"

저자: 니키 얼릭

옮김: 정지현


 #이안에당신의수명이들어있습니다 #니키얼릭 #매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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