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주인공 요조가 인간을 향해 구애했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그것을 이를테면, 인간을 향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来ました。 自分には、人間の生活というものが、見当つかないのです。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으로 자전적 소설, 즉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한 문학 소설이다. 정치인이자 상당한 재력을 가진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의 이름은 요조. 전형적인 사회부적응자에 일부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성향을 보이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책을 인용하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고...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많이 읽어 봤을 것이라 생각되어 다른 사람들의 이 글을 쓰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많이 읽어 봤는데, 딱히 공감되는 글이 많이 없어서 그냥 내 마음대로 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미리 공부하지 않았고 『인간실격』이라는 책에 대해서도 전혀 공부하거나 다른 사람의 리뷰 등을 읽은 적이 없다. 이 글을 작성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봤으나 많은 글들이 "문학" 하면 떠오르는 그런 부드럽고 감상적인 느낌의 글이 많았는데, 그 덕에 앞으로도 문학을 읽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미리 읽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인간실격』 이 출간된 시점인 1948년은 우리나라가 독립한 지 3년이 지난 해로, 한국을 점령하고 있던 일본이라는 나라의 당시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문학의 경우 시대의 분위기를 많이 반영할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 작품도 시대상이 충분히 녹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에서도 많이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어둡고 무거우며 인간의 바닥을 잘 표현한, 말 그대로 인간의 자격을 실격한 것이 무엇인지를 묘사한 소설이다.
시대상 이야기를 잠깐 더 하자면, 이 책에 대해 설사 작가가 작품에 시대상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고 읽는 사람들은 반영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가 마땅히 있다. 『인간실격』이 출간되자마자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사고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이자 대표작이 되어버렸다고 하니 작품에 시대상을 녹이니 마니 하는 작가의 의도 따위는 사실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은 읽는 사람들이 고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요조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부족함이 전혀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그렇게 살아왔다. 처세술이 뛰어난 것으로 묘사가 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줄 알았다. 요새 말로 인싸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인간이나 사회생활을 좋아해서 하고 있는 행동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주인공 요조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본인이 자기 객관화가 잘 된 사람처럼 묘사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평가절하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며 어떻게 보면 자신이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확신하는 표현이 많다.
심지어 자신의 집에 함께 사는 하인이나 하녀에게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음에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 실제로 마음은 조금씩 부서져갔을 것이다.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되는 이유도 당연히 이런 일들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생긴 것이리라.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이 성적인 일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그냥 넘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호소하는 일 자체를 쓸모없다고 여기며 모든 인간은 편파적이기 때문에 진실을 털어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그렇게 혼자만 무너져내려 간다. 이 책이 끝나는 시점까지.
요조는 본인을 광대라고 여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할 줄 알고 관심을 받는 행동들을 아무런 감정적인 동요 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모든 사람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서로 속고 속이는 사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물론 자신은 이 사실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뉘앙스의 문장들은 이 책이 끝나는 시점까지 반복된다. 나는 주인공 요조가 스스로를 광대이면서도 사람들의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는 그런 객관적인 사람임을 강조하고 싶어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관을 가져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는 것을 더 강조하기 위해 작가는 '반복'이라는 장치를 쓴 것이 아닐까. 답답할 정도로 계속 반복한다. 그렇게 주인공의 '인간 실격'을 극한으로 강조한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 요조가 어린 시절인 10대 때의 이야기다. 정의관, 윤리, 사회적인 것들 조차 요조에게는 관심사가 아니다. 여기서 관심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냥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되는 어떤 것' 과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은 정말로 관심 자체가 없다(고 계속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마치 그래야만 본인의 존재가 성립되는 것처럼). 사회부적응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부분들이다. 다행인 점은 딱히 불법을 저지르거나 하는 성격의 주인공으로 그려지지는 않았다는 것.
"일부러 그랬지. 일부러"
저는 천지가 뒤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일부러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도 아닌 다케이치에게 간파당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책의 초반에 본인의 광대짓을 가장 별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친구 중 한 명인 다케이치에게 간파당한 사례가 나온다. 요조는 본인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 마냥 정신을 못 차리고 공포스러워한다. 둘은 자연스럽게 친구로 이어지지만 요조는 다케이치와 친구가 된 이유를 본인의 광대짓을 아는 유일한 사람을 자신의 울타리에 두기 위해서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내 생각엔 너 빼고 다 알았을 거다...
책을 읽어나가면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달음을 얻는 듯한 문장들이 간간이 나온다. 극단적인 사회부적응자의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점이 보이는데, 책을 읽으면서 '역시 이럴 줄 알았다' 싶은 인간의 바닥스러운(?)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그런 깨달음을 얻는다.
술, 여자, 약 같은 안 좋다는 것은 중독에 이르는 지경까지 모두 다한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자신은 다른 사람이 본인을 가엽게 여긴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 그냥 막말로 아직 철이 안 들었다고 표현하면 딱 맞는데, 사실은 정신병이었을 것이다라고 나는 확신한다. 실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당하기도 한다 (다자이 오사무 본인도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조는 죽을 때까지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중간에 가족과의 연을 끊었긴 하지만 가족을 모셨던 사람 중 한 명이 끝까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요조는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끝까지 노력한다.
가능한 소설의 스토리에 대한 내용은 제외했다. 하여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독서감상문이라고 쓰고 줄거리를 나열하는 글들을 극도로 싫어한다.
조금은 양해해 주시길...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로 겪었던 삶의 풍파... 마지막 몸부림... 자기 파괴와 연민 사이에서 고뇌한 남자의 기록...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미안하지만 하나도, 단 하나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
작가의 삶을 잘 모르기에 그럴 수도 있고 이 책을 잘 해석하지 못했기에 그럴 수 있다고 볼 수 있긴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자산, 집안, 외모 등 당시 시대에 높은 사회적 위치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어떤 한 남자가 사회부적응과 일부 정신병을 가진 경우에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언어로써 그린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뒤에 보면 또 다를 수도 있겠지...
작가는 약물 중독에 동반 자살 시도
그리고 마지막에도 연인과의 동반 자살로 삶을 마무리한다
주인공 요조는 사랑하는 사람이 비참하게 겁탈당하는
상황을 보고도 발걸음을 돌린다.
그래도 이 때는 나름 슬퍼한다.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한 이후 유족들에 의해 발견된 책으로 일부 수정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후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개봉되어 알려졌다.
국내에도 2010년에 개봉했었다.
그것을 이를테면, 인간을 향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来ました。 自分には、人間の生活というものが、見当つかないのです。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고작 책 한 권과 몇몇 자료를 찾아보고 내린 결론이긴 하지만,
나는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가, 그리고 주인공 요조가 한 위의 말들이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안쓰럽게도 그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마.
《저자와 주인공 요조가 인간을 향해 구애했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끝.
장르 : 세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