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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ooBoo Aug 23. 2023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돈이 되는 생각』에서 배우는 일잘러들의 능력 "지두력" (地頭力)

거의 100만 년 만에 만화책을 봤다!!


웹툰을 제외하고 만화책을 봤던 때가 언제인지... 책을 펼치니까 약간 어색하다. 그래도 역시 어릴 때 수천 권의 만화책을 본 짬이 어디 가지는 않았는지 앉은자리에서 깔끔하게 한 번에 다 읽고 내용이 좋아서 정리하기 위해 다시 한번 더 읽고... (만화책이니까 이게 된다!) 복습하면서 글을 정리한다.


나는 많으면 주 2회 정도 독서모임을 참여하고 있다. 두 모임 모두 자유 도서로 진행되다 보니 서로 다른 책을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이렇게 여러 책을 접하고 이야기하다 보니 항상 물어보는 질문 리스트가 생겼다. 오늘은 이 질문리스트도 참고하면서 글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독서모임의 필수 질문 리스트

저자는 어떤 분이신가요?

목차 중에서 어디에 제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나요?

(표지에 특별한 그림이 있는 것 같으면) 혹시 표지의 그림은 무슨 의미인지 아세요?

언제 쓰인 책인가요?

...


이번 책은 호소야 이사오의 『돈이 되는 생각』

국내 번역 출간은 2023년 08월 10일

만화책이다!!!




| 조금 부끄러운 책 표지 그러나!


개인적으로 책 자체의 가치를 측정할 때는 내용만큼이나 표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만화책의 여자 주인공이 크게 그려진 이 책은 흠... 솔직히 처음에는 들고 다니기면서 길에서 보기가 조금 부끄러웠다. 한 번 읽고 나서는 그냥 당당하게 카페와 지하철에서 막 보긴 했는데 당당한 척 하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다. 결국 이 책을 읽는 대상은 최소한 20대 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 저자 "호소야 이사오" 그는 누구인가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저술가. 도쿄대 공학부 졸업 후 도시바를 거쳐 비즈니스 컨설팅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언스트 앤 영, 캡제미니 등 유수의 컨설팅 기업을 거쳤다. 전문 영역은 상품 개발, 영업,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전략 수립과 업무 및 IT 개혁에 관한 컨설팅이다.


저자는 공대 출신의 비즈니스 컨설턴트다. 도쿄대와 도시바는 워낙 잘 알려진 회사라 넘어가고... 컨설팅 업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이 없어서 간단하게 찾아봤다.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도 하나씩 알아나가는 거지...!)



언스트 앤 영 (Ernst & Youn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딜로이트, KPMG와 함께 세계 4대 회계법인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회계법인으로 EY라고 부르며, 한국에도 EY한영회계법인 (EY한영)이라는 지사를 두고 있음


캡제미니 (Capgemini)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2020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회사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상위 10위권 안


저자는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지두력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단어라기보다는 이미 있는 개념들을 잘 조합하여 저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단어 정도로 보는 것이 맞겠다. 국내에도 『지두력』, 『지두력 실천편』이라는 책이 번역되어 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5~10초 정도 아는 척 하기에 충분하니 넘어가고.




어떤 분야든 응용할 수 있는,
지식력과는 반대 극에 있는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힘'
"지두력"


이 책은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인 지두력을 설명하기 위해서 가구 회사의 한 사례를 만화로 구성해서 재미있게 보여준다. 완벽주의자이자 일머리가 부족한 여자 주인공이, 지두력을 단련하여 촉망받은 인재가 된 동기에게 일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받으면서 결국은 회사에서 인정받게 되는... 아주 평범한 해피엔딩 만화다. 


지두력은 어떤 분야든 응용할 수 있는, 지식력과는 반대 극에 있는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힘'이다


지두력이 없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병
"없어 없어 병"


주인공은 사장님으로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기획안을 제출할 것을 명령받는다. 기한은 내일까지다. 우리의 완벽주의자 주인공은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말한다것을 보고는 촉망받는 인재인 남자 동기가 주인공에게 팩트로 패버린다... 


"지두력이 없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병이 뭔지 알아? 없어 없어 병. 정보가 없어서 못해, 시간이 없어서 못해, 돈이 없어서 못해, 사람이 없어서 못해..."

(난가...?)


지두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현재 있는 정보에서 가능한 것은?

현재 있는 시간에서 가능한 것은?

현재 있는 돈으로 가능한 것은?

현재 있는 사람으로 가능한 것은?


나는 65점 주의자야



주인공은 사장님에게 받은 과제 중 하나의 답을 구하기 위해 완벽주의자답게 수많은 자료조사를 통해 정보를 모으느라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남자 동기는 현재 알고 있는 대략적인 정보만 활용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해결한다. 주인공이 이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하자 동기는 본인을 65점 주의자라고 소개한다. 책에서도 나중에 소개하는데, 이렇게 답을 추정하는 방법의 뿌리는 바로 페르미 추정이다.


| 페르미 추정


핵물리학의 아버지이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엔리코 페르미의 이름에서 유래한 페르미 추정. 정확한 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도 추정 로직으로 단시간에 구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로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혹시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셨는지... 맞다! 그 페르미!!


실제 오펜하이머 영화에서도 나온 트리니티 (인류 최초의 핵실험인 코드네임) 실험에서 사용된 방법이다. 영화에서는 실험용 핵폭탄을 폭발시키고 수십 초 뒤에 소리와 충격파와 들리는 것만 표현되었는데, 이때 페르미는 베이스캠프에서 페르미 추정 방식으로 폭발력을 측정하고 있었다.



아래는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How Fermi Would Have Fixed It"이란 문서의 원본 번역본이다.

페르미는 1945년 7월 16일 트리니티 테스트 당시 폭발 지점으로부터 10마일 정도 떨어진 베이스캠프에서의 관찰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그 위력을 추정했다.

폭발 후 약 40초가 지나자, 폭풍이 내게 닿았다. 나는 충격파가 지나가기 이전과, 도중과, 나중에 각각 작은 종이 조각들을 약 6피트 높이에서 떨어뜨려 그 폭발력을 추정해 봤다. 그때 마침 바람이 불지 않았기에, 나는 폭풍이 지나가는 도중에 떨어진 종이 조각들의 변위를 명확하고 사실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변위는 약 2.5미터 정도였고, 그때 나는 이 정도의 폭풍이면 TNT 1만 톤의 폭발 위력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1]


머리가 좋다의 3가지 의미


저자는 머리가 좋다는 것에 대해 다음 3가지로 분류했다. 우리의 주인공은 "(1) 박식하다"에 해당한다. 


(1) 박식하다

다종다양한 지식을 폭넓게 가지고 있는 사람

모든 정보를 모아 정확성을 중시함

데이터를 모으느라 시간을 잡아먹고 최선을 다해 세부적인 것까지 집착하고 준비하는 데 중점을 둔다

100% 준비되는 날 따윈 영원히 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2) 재치가 있다

분위기를 읽어 원활하게 일을 진행해 가는 데 예나 지금이나 필수적인 능력

코미디언이나 사회자 중에 이런 타입이 많은데 능력이 진부해지지도 않음


(3) 지두가 좋다

한정된 시간과 정보로 최선의 답을 찾음

스피드를 중시하므로 65점 정도에서 괜찮다고 생각함

미지의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인 "지두력"을 가지고 있음


박식하고 재치가 있는 것도 좋은 능력이지만 상대적으로 지두력이 일을 하는데 더 필요한 능력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분야나 직책에 따라 조금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만 저자의 커리어를 보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그 이유를 다음의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 발달로 정보를 누구나 용이하게 얻을 수 있다

세상의 변화가 빨라서 정보가 금세 진부해진다

과거의 성공 체험이나 법칙 자체가 미래의 성공에 반드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이제 책의 부제를 한 번 다시 볼 필요가 있겠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업무에 더 밀접하게 관련되기 시작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리하고 계산하는 등의 일들은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영역이 아님을 말하고 싶을 것일 테다. 


내 주변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chatGPT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내가 직접 본 사례만 해도 몇 가지가 있다. 나도 사용하고 있고...

프로그래머가 예제 소스 코드를 GPT를 통해 생성하거나 이미 작성된 소스 코드의 주석을 작성하도록 인공지능에게 시킨다.

영어강사가 수업에서 사용할 예제 문장을 GPT를 통해 추출하고 검토만 한 후 활용한다.

장문의 글을 요약한다.

문장과 문단으로 구성된 문서를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만들기 위해 개조식으로 변형, 요약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을 우리가 보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여전히 사람을 뛰어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상당한 부분이 인간의 수준을 넘었다. 그러나 활용의 단계에서는 우리 사람의 손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때 필요한 힘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지두력이 아닐까.




책에서는 위에서 말한 개념들 외에도 지두력의 토대가 되는 힘 (지적 호기심, 논리 사고력, 직관력)이나 다양한 사고력 (가설 사고력, 프레임워크 사고력, 추상화 사고력)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생각법 등도 사례를 들어 만화로 잘 표현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서 재미있게 즐겼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만화책인데 정말 재밌게 잘 봤고 심지어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페르미가 나오니까 더 반가웠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돈이 되는 생각』에서 배우는 일잘러들의 능력 "지두력" (地頭力)》 끝.




북리뷰 #005

책 : 돈이 되는 생각

장르 : 자기 계발, 만화 

저자 : 호소야 이사오

옮김 : 송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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