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믿고 따라오랬더니

이젠 조용히 바라봐 줄게

by 보부장

상하이에서도 살짝 외곽에 살고 있는 저희 식구들은 가끔 한국인처럼 살기 위해 한인촌으로 출동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필요한 물건도 사고, 깻잎이나 잘 썰린 삼겹살처럼 한국인들에게만 필요한 음식들도 구매하고요.

홍췐루.jpg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각종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홍췐루(虹泉路)는 우리 집에서 약 5km 정도의 거리. 자전거로 산책하기에 딱 좋은 거리지요. 그래서 오늘은 큰 아이와 자전거로 출동하기로 하였습니다.


200107 2 꽁꽁.jpg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는 큰 아이지만 아파트 단지를 돌기만 했지 전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이륜차 전용도로로 나서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제가 앞장을 섭니다.

200107 3 따라와.jpg

“넌 뒤에 잘 따라오기만 해”



초등학생을 둔 엄마의 눈에 집 밖은 너무 위험합니다. 조금도 감시의 눈을 거둘 수 없네요.


200107 5 백미러.jpg

백미러를 수시로 쳐다보며, 아이의 자전거 앞바퀴가 조금이라도 기준선을 벗어나면 꽥! 소리를 지릅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외국어로 소리를 지르는 여자를 신기한 듯 힐끗 쳐다보지만 신경 쓸 틈이 없습니다. 아이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백미러를 힐끔거리느라 저도 안전하게 길을 가고 있는 건지, 이젠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200107 7 피곤해.jpg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산책길인데, 도착하고 보니 피곤하기만 합니다. 이게 아닌데...


돌아오는 길에 큰 아이가 머쓱하며 묻습니다.

“엄마, 나 길 잘 아는데, 내가 앞장서 가면 안돼?”

“길을 몰라서 못 가니?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네가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한바탕 잔소리에 머쓱해진 아이를 보니 괜히 미안해집니다.

“그래, 그럼 먼저 가봐. 엄마가 뒤에서 봐줄게”



그런데, 자리만 바꿨을 뿐인데, 아이는 아까와는 달리 즐거워 보입니다.

200107 9 자리바꿈1.jpg


200107 10 자리바꿈.jpg


집 근처에 도착하자 스스로가 자랑스러운지 멋지게 돌아보며 엄지 척, 그리고 얼굴을 다 덮을 듯한 환한 미소.


잘했지.jpg




물론, 빨리 달릴 수 있는 전동차로 느릿느릿 자전거를 좇아가자니 질주본능을 자제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주변에서 휙휙 달려드는 자동차와 전동차들을 조심하라며 역시나 소리를 몇 번 지른 것도 같습니다.(무의식이 한 짓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꾹 참고 천천히 따라가 주길 정말 잘했다 싶습니다. 스스로 즐거이 잘 갈 수 있는 길을 왜 엄마만 좇아오라고, 처음부터 으름장을 놓았을까요

뒤에 있어주기만 했는데도 저렇게 예쁜 미소와 엄지 척을 잊지 않고 선물하는 늠름한 아이인데요.


내 아이를 믿고 조용히 뒤에서 바라봐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