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공작일보

부캐는 어려워요

뷔겁한 변명입니돠

by 보부장
210202 부캐 (2).jpg
210202 부캐 (3).jpg

네 맞아요.

딸아이의 질문에 딱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한주일에 한 번이던 업데이트 주기가 한 달에 두 번으로 슬쩍,

그리고 지금은 새해가 밝았는데도 한 번도 즐거이 그림을 올리지 못했어요.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 한 번 해보았더랬습니다.


직장에서 저는, 8시간을 꼬박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직장인입니다.

전화도 받고, 서류도 작성하고, 보고도 하고. 또 어쩔 때는 사무실이 떠나가라 사람들과 언쟁도 하면서 저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하고 있지요.


210202 부캐 (4).jpg



일이 끝나면 바로 시작되는 요리사 모드. 다행히 까다롭지 않은 가족들 입맛 탓에 후다닥 준비해서 다 함께 한 끼 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점심을 먹을 때는 오늘 저녁 뭐 먹지, 저녁을 먹을 때는 내일 아침 뭐 먹지.... 고민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210202 부캐 (5).jpg



덩치는 엄마만큼 크지만 아직도 누군가와 함께 노는 게 좋은 아들 녀석을 위해 "발 외계인"이 되기도 해야 합니다. (가끔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바닥에 드러누운 아들을 발로 여기저기 굴리거나 호벼 파주는 놀이이긴 하지만 "난 누구 , 여긴 어디" 하는 자괴감이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210202 부캐 (8).jpg

놀았으니 공부도 좀 해야겠죠? 이번에는 가정교사로 변신. 배운 지 30년이 넘은 소인수 분해며 최소 공배수며.... 그땐 어떻게 풀어냈는지도 모를 수학 문제들을 마주합니다.

210202 부캐 (6).jpg

제일 괴로운 시간이지요.

210202 부캐 (7).jpg


이것저것 끝내고 , 이 사람 저 사람 다 재워두면 겨우 제 시간. 시계는 열한 시를 넘어가지만 그제야 패드를 앞에 두고 앉아봅니다. 물론, 맥주 한잔 함께.

그림이란 것도 시동이 걸리려면 한참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 주제며 선이며 칼라며, 이것 저것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릅니다.

210202 부캐 (9).jpg


결국 맥주만 축낸 채 잠이 들기 일쑤지요.


210202 부캐 (10).jpg



사실 다 핑계죠 뭐.

직장인으로, 아이들이 둘 있는 가정의 구성원으로 살아온 지 벌써 몇 년째인데요.


다만, 이왕 그렇게도 갖고 싶던 그림작가라는 부캐의 삶도 시작되었으니 상하이 공작 일보 보부장의 삶도 더 사랑해줘야겠어요.


.

.

.

.

.

(아, 남는 시간에 트롯에도 잠깐 넋을 놓고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690.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