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한 상해 남자, 스트롱 상해 여자
중국에 오래 살다 보니 중국 사람과 결혼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17년 전 중국에 처음 왔을 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 이기도 했고, 여기 자리를 잡고 살다 보니, 그런 오해를 받을 만도 하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농담 삼아 대답합니다
" 진작 알았음 상해 사람이랑 결혼할 걸 그랬어!"
상해 사람들은 상해에 대한 프라이드가 워낙 강해서, 외지인들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습니다. 각 시나 성(省)별로 철저히 지방 자치가 이뤄지고 있는 중국에서는 사는 지역과 관계없이 내 호적이 어디에 속하느냐가 중요한 데요, 중국 사람들은 대도시인 상해에 호적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원래 상해가 고향인 원주민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살짝, 무시하는 경향도 있어요.
그래서 세무국처럼, 중요한 공공 기관들에서 업무를 편히 보기 위해 회사의 재무들은 주로 상해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나 공무원들은 해당 지역 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각 지역 공공기관을 둘러보면 그 지역 방언으로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표준어를 쓰도록 규정화되어있지만 그런 거 있잖아요. "우리끼리만 통하는 "그런 거.
그래서 가끔 세무국을 방문해보면, 대화 내용을 통 알아들을 수 없어 함께 방문한 우리 회사의 재무 할머니만 꼭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답답하긴 하지만,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니,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외국인들에게는 친절한 편이지만 저 또한 중국 생활 초기에 차가운 상해 언니들을 마주쳤던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짧은 스커트를 입고 무섭게 전동차를 몰아 대며 딸깍 딸깍 해바라기 씨를 까대던 상해 언니들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돌아보니 상해 남자들은 최고의 신랑감이었습니다.
일단 상해에서는 남자들이 집 안 대부분의 일을 합니다.
아이들의 유치원 등하굣길에 함께하기
시장을 보거나 먹거리를 사는 일
밖에서는 일도 열심히 하구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습니다만 ㅎㅎ)
음식도 상해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중국 사람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가치라 여겨지는 상해 호적을 갖고 있는 것도 큰 메리트이지요. 상해에 집 한 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이미 몇 채나 갖고 있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그럼, 상해 여자들은 어떨까요?
결혼, 출산 후에도 대부분의 상해 여자들은 일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가정 내에서는 주로 자녀교육에 집중 하지요. 중국의 교육열을 한국 못지않게 높거든요. 아이들이 중국 학교를 다닐 때, 반 학생들의 엄마들 전체가 일을 하거나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는 직장맘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행사나 학부모 회의가 있을 때에는 일을 제쳐두고 달려와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부모들의 시간을 고려하여, 저녁 시간에 공식적인 학부모회의를 주최하기도 하구요.
상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재력과, 아빠의 지지, 그리고 엄마의 적극성. 아이의 교육을 위해 온 가족이 열정적으로 노력합니다.
그리고 상해 여자들은 주로 돈과 관련된 흥정이 필요할 때 큰 활약을 합니다. 집을 사고팔거나 계약을 하는 자리에도 부부가 함께 등장하기는 하지만 남편들은 주로 "기사님"자격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익 앞에서는 이미 진행된 계약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거나, 경우에 맞지 않는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빠른 상해 사투리와 함께요.
심지어는 다 큰 자녀들이 회사 면접을 볼 때 함께 앉아 면접을 보려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가끔은 말없이 미소만 띠신 아빠도 함께요.
하지만 저라면, 절대 이런 지원자는 뽑지 않을 거예요.
퇴직 후에는 주로 마작을 하거나 광장무를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퇴직 후 상해 남자들은요?
여전히 집안일에 바쁘시더라고요.
사실 이렇게 다른 상해 남자, 상해 여자들의 성격과 가족생활 때문에 최근 젊은 상해 남자들은 매력을 잃고 있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의 재력과 지시가 없으면 게임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걱정을 듣기도 하구요. 연약한 상해 남편들의 옆에는 더 강해진 상해 여자와 그 장모님이 함께 하더라구요.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있던 얘기지요?
마마보이
물론! 땅란 (当然)
저는 오리지널 한국 사람, 지금의 남편이 제일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