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후보를 선별하는 방법, 빅데이터
2022년 2월 22일 2가 다섯 번이나 겹치는 날.
평생에 다시 한번 오지 않을 날이라며 온 중국이 난리다.
아니 사실, 내가 해외 뉴스에 정통하지 않아 그렇지 전 세계가 난리 인지도 모르겠다. 오후 2시 22분의 시각을 찍어서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뭐 딱히 좋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다지 바쁘지 않은 오후, 사람들이 SNS를 통해 공유하는 다양한 2월 22일의 모습을 즐겨보고 있다가 갑자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파트 주민위원회라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인하더니 내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것으로 질병관리센터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며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확인서를 줄 테니 꼭 검사를 받으라고 하다. 반갑지 않은 친절이다.
갑자기 아침에 흘려보았던 문자 한 통이 생각났다. 전화를 끊고 다시 보니 같은 내용이다. 이런.
내용인즉슨, 빅데이터 (따수쥐 大数据) 분석 결과, 내가 최근 확진자와 직, 간접적으로 동선이 겹쳤으니, 어서 자진 신고하고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그놈의 따수쥐. 십여 년 전만 해도 은행끼리 전산 연결이 되지 않아 송금에 이틀 씩 걸리던 중국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발달한 전신 시스템 때문에 세금이며 개인적인 동선이며 꼼짝 마라다.
확진자 발생 시 그와 관련된 장소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을 “시공간동반자 时空伴随者”라고 해서 따로 관리한다고 들었는데 내가 그 20세기 만화영화에 나올 법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될 줄이야.
내가 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는 거지? 암만 생각해봐도 위험한 곳은 간 적이 없는데.
그때 떠오르는 일주일 전의 사건.
퇴근길, 동네 대형 마트가 온통 노랑 깜장 경계선으로 둘러져 있고, 번쩍 번쩍 경찰차가 주변을 에워 싸고 있는 것이, 확진자나 혹은 밀접 접촉자가 그 곳을 다녀간 모양이었다.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는 처음보는 봉쇄 현장이라, 가던 길을 멈추고 여기 저기 사진을 찍어 실감나게 현장 보도를 했더랬다. 우리 동네가 위험해 진 것도 모르고, 나도 이런 곳을 보았노라고, 내일 출근을 안해도 되지 않을까 키득거리며. 그때 친구들에게 날아간 데이터가 그 마트 근처 기지국 기록에 남았을 테고 확진자 근처 “시공간동반자”를 분석한 빅데이터에 잡힌 것으로 추정되었다. 내게 핵산검사 통지 문자를 보낸 것도 이동 통신회사였다.
아무래도 자동으로 발송되는 문자일 것 같은데.
게다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코로나에 걸렸어도 두 번은 걸렸을 시간인데.
안가도 잡으러 올 것 같진 않은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비상상황. 紧急情况.
어쩔 수 없다. 안 가면 잡혀갈까 봐 일단 간다. 분위기라도 살펴보자.
2022년 2월 22일 22:22:22에 난 핵산 검사를 갈까 말까 깊은 고민 중이었다.
솔직히 이 시각을 기다려 핸드폰 바탕화면의 시계 사진이라도 캡쳐해 볼까 했는데, 에잇.
시공간동반자 당첨 통보라니. 역시 난 이벤트랑 안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