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겁이 나긴 하지만 안해도 모를 것 같은 강제 핵산 검사
처음 보는 봉쇄 현장 라이브 보도가 불러온 핵산 검사 통지.
주민위원회에서는 검사가 공짜라는 것을 강조하며 꼭 검사를 받으라 강조했지만, 사실 무료로 검사를 받으려면 지정된 병원으로 가야 한다. 3월 전까지만 해도 핵산검사는 필요한 사람만 진행하는 터라 유료였다. 가장 가까운 무료 검진소는 우리 집에서 7km 떨어진 공립병원. 그런데 혹시나 가능한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하면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하지 말고 자가 수단으로 병원을 방문해 달란다.
당황스러웠다. 나는 자가용이 없는 사람인데?
물론 나에게는 나의 두 발과 같은 전동차, 백마가 있기도 하고 길거리에 깔린 공용자전거를 탈 수도 있겠지만 자가용이 없는 취약계층이나 노약자들이라면? 비라도 내리는 날이라면?
너무 오직 “감염”만 고려한 요구사항이다.
아 참, 상해에는 한 집에 번쩍번쩍한 자가용 두 대는 기본이라는데, 내가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헬멧을 야무지게 매고 “권유받은 대로” 가장 개인적인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는 내 전동차를 타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삼십 분쯤 달렸을까 대국의 공립 병원답게 어마 어마하게 큰 병원 건물 앞에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벌써 줄을 길게 서있다. 시공간 동반자들을 위한 검사소는 역시 일반 환자들과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 건물 밖, 외진 곳에 따로 설치되어 있었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가 그친 뒤라 다행이긴 하지만, 전동 차위에서 습한 바람을 한참 맞으며 달린 덕에 오슬 오슬 온몸이 떨렸다. 상하이의 습습한 겨울, 특히 비가 자주 오는 2월과 11월의 날씨는 정말 춥고 스산하다.
이러다 코로나가 아니라 감기에 걸려 죽을 지경이다. 오해 받지 않으려면 열이 나면 안 되는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나다. 하얗게 센 머리를 붉은색, 갈색으로 물들인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다들 앞뒤 사람들을 돌아보며 똑같은 소리를 주문처럼 외고 있다.
상하이 방언이라 알아듣기 쉽지 않지만 쉽게 추측은 가능하다.
“나는 그 매장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나더러 검사를 받으라는 거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우리집은 그곳과 한참 떨어져 있다구요"
그리고 빠지지 않는 단어, “따수쥐, 따수쥐"
누구든 억울한 내 맘을 알아달라는 말일 테지만 듣고 이해해줄 이는 없다. 우리 모두 같은 이유로 줄을 서있다는 걸 할머니들도 다 알고 있을 거다.
아, 이 할머니들도 나와 같은 “시공간 동반자” 그룹의 멤버였구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일주일 전 유사한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눴고, 또 지금 같은 시간과 공간에 함께 하다니 정말 흔치 않은 인연 아닌가!
‘반가워요! 어디를 지나치셨길래 이곳에 오셨나요?
저는 뱅가드 슈퍼 앞에서 친구랑 채팅을 하다 따수쥐에 잡혔지뭐예요, 이렇게 억울 할 수가요. 마스크는 꼭 꼈고 사진 한 방 찍었을 뿐인데요'
두리번거리는 할머니 멤버들과 깊은 인연의 고리를 핑계로 나도 모르게 수다를 나눌 뻔 뻔했다.
관두자. 분명 반가운 인연은 아닌 듯하다.
이십여 분을 기다려 주민위원회로부터 받은 확인서를 건네주고, 검사를 받았다.
핵산검사를 받을 일이 없던 나는 고개를 너무 뒤로 젖히면 면봉이 뇌까지 닿을 만큼 쑥 들어간다는 친구들의 조언에 목에 깁스를 한 사람처럼 목을 꼿꼿이 세우고 검사를 받았다.
그래도 저 깊은 콧구멍 순수한 어딘가를 농락당한 듯한 이 아싸한 느낌. 참 싫다.
콧구멍 안에 구멍이 또 뚫린 듯한 휑한 느낌으로 어딘가 세워놓은 전동차를 찾아 방황하다 병원 앞 스타벅스를 발견하고 뛰어 들어갔다. 이제는 상하이 어디서든 한 골목 건너 한 곳씩 자리 잡은 스타벅스라더니 이렇게 외진 곳에도 있어주었구나.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라떼 한 잔에 몸을 좀 녹이며 친구들에게 빅데이터의 무서움에 대해서도 빨리 알려줘야지.
확진자 발생 지역 근처에서 전화든 메신저든 라이브 보도는 자제해달라고.
갑자기 올드패션 한 "시공간동반자" 그룹의 멤버가 될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