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어 입어 미안해하는 소리
다들 있잖아요? 내게는 많이 넉넉한 남자 친구 옷 입고 (주로 하의는 실종한 채로) 커피잔 손에 들고 나잡아 봐라 놀이하는 그런 로망...... 조금 (?) 통통한 저는 남편이 남자 친구이던 시절부터 두 아이의 엄빠가 된 지금까지도 아직 느껴보지 못한 넉넉함인지라, 그냥 로망으로만 간직해 두고 있어요. 저는 어른이 된 지금도 무럭무럭 자라는 반면 , 저희 남편은 저를 만나던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몸매를 , 게다가 저보다 얇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오히려 지금은, 편안한 남편의 옷을 훔쳐 입는 재미가 솔솔. 똑똑한 체중계에서 비만 근육형이라고 정의받은 저는, 그 판단에 적합하게 단단하고 두꺼운 사지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라지 사이즈라 해도 어딘가는 조금 좁은 느낌이 드는 여성복보다는 남편이 입어 부드러워진 옷이 더 편하더라고요. 아무도 모르겠지만, 차마 자존심에 제가 입을 남자옷을 사기는 자존심도 상하고.
저야 편안하니 좋지만 매번 옷을 뺏기는. 그것도 아들 녀석에게가 아니라 (이미 아들 녀석은 양말, 팬티 정도는 쉽게 뺏아 입는 모양이지만요) 여자 친구였던 여자에게 옷을 뺏기는 심정은 어떨지 상상이 잘 안 가네요. 그냥 장화 신은 고양이 모드로 잠깐 변신해 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사실 너무 더운 여름날, 집에서 반바지 대신 훔쳐 입는 남편의 사각팬티는 시원하기 그지없습니다. 팬티만은 건드리지 않겠다던 약속도 못 지켰네요. 요즘은 아들 녀석도 그걸 알았는지 아빠의 사각팬티를 종종 노리는 모양이네요.
아들아, 그건 엄마 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