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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부장 Aug 20. 2020

엄마를 원망할 일이 아니네

내가 왜 살이 쪘는지

저는 어릴 적부터 통통한 편이었습니다. 지금은 통통한 편, 체격이 있는 편이라는 다소 직접적이지 않은 표현을 넘어서 매일 아침 디지털 체중계를 통해 확인받고 있지요.  신체지수, BMI 지수, 내장지방 지수, 체지방율, 근육량 등등 온갖 소수점 단위의 수치를 근거로 하여,  '너는 정상의 범위를 넘어선 근육질 비만형 체질'이라고 민망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알려주네요. 물론, 그런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을 쉽게 바꿀 저도 아니지만요.


장난 삼아 엄마에게 항의를 해 봅니다.



왜 내가 이렇게 살이 찌도록 그냥 두었냐고. 심지어 엄마 당신도 뚱뚱하지 않으면서 딸은 왜 관리를 해주지 않았냐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그렇게 먹어 대는데 살이 안 찔 수가 있겠냐며 타박 같은 질문을 되돌려하시면서도 냉장고에 박아둔 간식들을 이것저것 꺼내오십니다. 멀리 살아 자주 보지도 못하는 딸, 엄마가 딸 생각하며 못 먹고 남겨둔 맛있는 음식들 하나라도 더 먹여서 보내시려고.


그런데 내 아이를 키우며, 천천히 한 가지씩 알게 되었습니다.



통통하게 살이 올라 손바닥도 둥글 손가락도 둥글, 깎은 듯 매끈한 예쁜 손등에 살 우물이 폭 패였습니다.









다섯 살쯤인가 발레를 하겠다고 나란히 줄을 서 있던 작은 아이들 가운데 독보적으로 불룩 히 솟아있던, 숨 쉴 때마다 터질 듯 말 듯 둥근 배


부른 배 못지않게 높이 감을 자랑하는 튼실한 엉덩이.


저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어디 한 점 빼내야 할 살이 있을까요. 우리 엄마도 저를 키울 때 그러셨겠죠? 지금도 기억납니다. 제가 우리 둘째 라누니 만 하던 시절,  간만에 한갓진 시간을 보내던 오후. 손 끝까지 통통히 살이 오른 제 손가락을 한 손으로 꼭꼭 누르시며 "손 끝도 이리 예쁘네..." 하시던, 지금 내 나이 즈음 우리 엄마.


그때의 엄마처럼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얘기합니다.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딸의 뜬금없는 고백에도 여전히 배고플 일 없는 딸의 밥 걱정만 하는 우리 엄마. 엄마는 그런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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