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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영 Nov 02. 2024

사필귀정, 요행은 없다.

  천고마비에 등장한 오랑캐와 진시황제에 얽힌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진니라는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이며, 진시황제는 13세에 왕위를 계승하고 39세에 황제라는 칭호를 붙인 첫 황제이다. 진시황제라고 하면 여러 가지 업적과 악명이 많은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만리장성’이다.


 진시황제가 만리장성을 쌓은 표면적인 목적이 바로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지만, 만리장성을 쌓은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백성들이 국경 밖으로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고, 또 다른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어떤 예언 때문이었다.

 진나라 건국 초기 진시황은 스스로를 신선이라 부르는 자로부터 어떤 책을 하나 받게 된다. 그 책에는 예언이 적혀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글을 해독할 수 없었다. 딱 한 가지 네 글자를 해독했는데, 그것이 바로 ‘亡秦者胡(망진자호)’였다.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는 호(胡)’라고 풀이되니, 진시황제는 자신의 나라가 오랑캐 때문에 망하게 될 것이라고 짐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진시황제는 오랑캐의 침입을 완벽하게 막기 위해 만리장성의 건축을 계획한다. 그들이 오는 모든 루트를 막아버릴 요량으로 옛 성곽을 보수하고 모든 성곽을 연결한 어마어마한 길이의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렇게 만리장성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00만여 명의 노동력이 동원되어 많은 백성들이 희생되었는데, 그 때문에 만리장성은 진시황제의 폭정의 대표적인 예로도 알려져 있다.

  

  진나라가 영원토록 지속되기를 바라는 진시황제의 염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바로 진시황제의 두 번째 아들인 이세황제가 즉위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망했기 때문이었다.

 진시황제는 사구라는 지역을 순행하다 갑자기 급사하게 된다. 그의 곁을 따르던 환관 조고와 승상인 이사, 그리고 26번째 아들이 막내아들인 호해는 그의 죽음을 비밀로 하고, 유서를 조작한다. 이때 시황제의 시신이 있는 수레에서 냄새가 날까 봐 수레 옆에 절인 생선을 같이 운반하여 시신 썩는 냄새가 들키지 않도록 숨겼다고 한다.

  결국 조작한 유서로 황태자인 부소를 자결하게 하고, 막내아들인 호해가 왕이 된다.

  나이가 어리고 능력이 없었던 호해는 환관인 조고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다가 결국 조고의 반란에 의해 자결하고, 그의 아들 자영이 조고에 의해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나 이내 망하고 만다.

중국을 통일한 지 15년 만에 진나라는 망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진시황제가 그토록 영원하길 염원했던  진나라는 오랑캐가 아닌 자신의 아들에 의해 망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호해의 ‘胡’가 바로 ‘오랑캐 호’였던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앞날을 궁금해한다.

 그래서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신에게 점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

 점을 본다는 ‘卜(점 복)’자와 ‘占(점칠 점)’자는 중국 고대 은나라에서 거북의 배껍질에 불에 달군 나뭇가지를 꽂아 배 껍질이 갈라지는 모양을 보고 점을 치던 풍습에서 만들어졌는데, ‘卜’ 의 모양이 바로 배껍질이 갈라지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며, 점괘의 결과를 말해준다고 하여  ‘占(점칠 점)’이라는 글자가 생겨났다.


 미래를 궁금해하는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얼마 전 사주를 봤다. 무척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보고선 후회했다.  노력한 것에 비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동력을 잃은 느낌이랄까?

  그날, 유독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시작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패배감 때문에.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설령 실패하 되더라도 열정적으로 매달려보기로.

성공적인 결과가 남지 않더라도, 열정적으로 노력했던 경험은 남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노력의 경험은 또 다른 일의 자양분이 될 것임이 분명하니까.  

  결국 미래라는 건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의 결과이고, 그 수많은 현재가 퇴적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망진자호’라는 예언이 아니더라도, 폭정을 일삼는 진시황제의 나라가 태평성대를 이룰 리 없지 않겠는가?

 미신을 믿고, 성을 쌓고, 불로장생에 집착하고, 향락을 일삼는 대신, 백성을 위한 황제가 되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그의 곁에 기생하던 간신들도, 황제의 자리만을 탐내는 어리석은 아들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노력하지도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나, 걸맞지 않은 자리에 앉아 제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결국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 그것이 세상의 순리이니까.


 事必歸正 (일 사, 반드시 필, 돌아갈 귀, 바를 정) :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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