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경성
어제 우연히 tv 프로그램인 유퀴즈를 보게 되었다. ‘나는 반딧불’이라는 커버곡으로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황가람이라는 가수가 나왔다. 아들이 돌아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밤참에 가까운 저녁을 준비해 놓고 거실에 앉아 있을 때였다.
티브이를 틀어놓기는 했지만 내 눈은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흘려듣는 소음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의 사연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올라갔다.
그는 20년 가까이 오랜 무명으로 숱한 고생을 하다가 결국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그룹 피노키오의 보컬이 되었다. 이제야 노력의 빛을 보겠거니 생각했지만, 3개월 만에 코로나로 인해 활동도 제대로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마치 자신이 와서 그런 것 같다는 자책과 함께,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방향은 맞는 데 필요한 만큼 에너지가 도달이 안되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면, 그때는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되었던 것은 아닌가? 이제 진짜 그만둬야 하나?’라고 말이다.
아마도 그가 그 고민을 기점으로 노래를 그만두었다면, 지금의 이런 결과는 영원히 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며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꿈을 위해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이 선택한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의 길에서,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비릿한 피맛마저 느껴질 정도로 있는 힘을 쥐어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노력의 끝에 도달한 지점에는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그가 고민했던 것처럼 죽을 만큼 노력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내 길이 아니었다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본 사람들에는 딱 두 가지 종류밖에 없다.
중도에 포기한 사람과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열심히 노력해서 목적지까지 도달했는데, 내 길이 아니었더라.’라고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다만, 그 목적지가 또 다른 꿈의 방향을 위한 정류장일 수는 있겠지만, 결코 그 여정이 헛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을 보라. 주인공에게는 반드시 고난과 역경이 있고, 그것을 이겨내고 끝까지 나아간 자가 바로 주인공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다. 조연이나 엑스트라라는 이름으로 제 인생을 보잘것없이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을 꾸어야 한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래를 미리 점쳐볼 수 없으니, 누구도 그 끝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겠는가?
오늘은 뜻을 이룬다는 뜻을 가진 '유지경성'을 소개한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은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라는 뜻으로,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이 성어는 <후한서(後漢書)>의 <경엄전>에 실린 것으로, 중국 후한의 광무제와 장수 경엄의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경엄은 원래 선비였는데, 무관들이 말을 타고 칼을 쓰는 용맹한 모습을 본 뒤로 자신도 장차 대장군이 되어 공을 세우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 날 광무제가 병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그의 수하가 되었고, 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경엄이 광무제의 명으로 장보(張步)의 군대를 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장보의 군대는 전력이 강해 공략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경엄은 자신의 병사들이 수세에 몰리자, 직접 정예 병사들을 이끌고 공격하였다. 그렇게 싸우는 와중에 경엄은 다리에 적군의 화살을 맞아 피가 철철 흐르고 통증도 심하게 된다. 그러자 경엄의 부하가 잠시 퇴각한 뒤에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공격하자고 권하였다.
그러나 경엄은 "승리하여 술과 안주를 갖추어 주상을 영접하여야 마땅하거늘, 어찌 적을 섬멸하지 못하고 주상께 골칫거리를 남겨 드릴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고는, 다시 군대를 이끌고 장보를 공격하였고, 장보는 마침내 패하여 도망쳤다.
경엄의 승리에 기뻐한 광무제가 경엄을 칭찬하며 말했다.
“장군이 전에 남양에서 천하를 얻을 큰 계책을 건의할 때는 아득하여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뜻이 있는 자는 마침내 성공하는구려.”
이처럼 광무제가 경엄을 가리키며 한 말에서 유래한 성어가 바로 '유지경성'이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將軍前在南陽, 建此大策, 常以爲落落難合, 有志者事竟成也
(장수 장, 군사 군, 앞 전, 있을 재, 남녘 남, 볕 양/ 세울 건, 이 차, 큰 대, 계책 책/ 항상 항, 써 이, 여길 위, 여길 위, 떨어질 락, 떨어질 락, 어려울 란, 합할 합/ 있을 유, 뜻 지, 사람 자, 일 사, 마침내 경, 이룰 성, 어조사 야)
* 落落難合(낙낙난합) : 여기저기 떨어져 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뜻이 높고 커서 이루기 어려움을 뜻함.
성공 신화가 무엇인가?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으니 결국 성공이 남아 신화가 된 게 아닐까?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수없이 많이 포기하고, 또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시 도전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일의 꿈을 가슴에 품고 현재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 有志竟成(있을 유, 뜻 지, 마침내 경, 이룰 성) :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 곧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