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 대천명
어떤 꿈을 품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일까? 부족한 시간? 체력? 경제적 어려움? 물론 힘든 것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힘든 것으로 꼽자면 그것은 바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그래서 노력이 헛것이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다.
특히나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요즘 핫한 공부 앱이 있는데, ‘열품타’라고 하는 것이 있다. ‘열정 품은 타이머’의 줄임말로 순공시간을 기록해 주는 것이다. 게다가 친구들이 그룹을 지어 서로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서, 선의의 경쟁을 하며 공부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이런 앱을 사용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시간이라는 눈에 보이는 수치로 공부를 환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노력의 수고로움보다 자꾸만 불안해지는 마음만큼은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 아마도 한 번쯤 무엇인가 목표를 두고 노력을 쏟아부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노력 대비 결괏값이 분명하지 않으니, 결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비단 노력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마음이 불안하거나 자신을 믿지 못할 때, 삶이 힘들거나 지칠 때, 문장 한 줄이 자신에게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나는 임용고시에 도전하며 공부할 때가 그랬다. 전공이 한문인 까닭에 다른 교과목에 비해 뽑는 교사의 인원이 적었을뿐더러, 이미 한 번 불합격을 경험하고 재수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이만하면 할 만큼 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살았다. 그다지 계획적인 성격이 아닌 나조차도 계획표를 세워 분 단위의 시간도 아껴가며 공부했다.
하지만 노력과 별개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불안한 마음도 비례해서 커져갔다. 그때 내게 큰 힘이 되었던 문장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삼국지(三國志)》의 '수인사대천명(修人事 待天命)'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장군인 관우는 위나라의 조조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지만 이전에 그에게 신세 진 일이 있어 차마 죽이지 못하고 퇴로를 열어주어 조조를 달아나게 했다. 제갈량은 적장을 살려준 관우를 처형하려고 했지만, 유비가 그를 살려주며 말했다.
“천문을 보니 조조는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므로 일전에 조조에게 은혜를 입었던 관우로 하여금 그 은혜를 갚으라고 화용도로 보냈다. 내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쓴다 할지라도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렸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려 따를 뿐이다.[修人事待天命]”
이처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자신의 일을 행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의 ‘수인사대천명’에서 비롯되었다. 곧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당시에 나는 그 문장을 책상 옆에 붙여놓았었는데, 마음이 불안해질 때 나를 굳건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 같다. 쓸데없는 걱정일랑 네 소관이 아니니 당장 떼려치우고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경고 같았달까?
나에게 ‘진인사대천명’이 그랬던 것처럼, 이처럼 좌우명 한 줄이 큰 힘이 될 때가 많이 있다.
그렇다면 ‘좌우명’이라는 단어에 담긴 뜻과 유래는 무엇일까?
좌우명(座右銘)은 ‘자리 오른쪽에 새기다’라고 해석되며,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를 가리킨다. 좌우명에는 두 가지의 유래가 존재한다.
그 첫 번째 유래는 다음과 같다.
공자에게는 많은 제자들이 있었는데, 하루는 새롭게 들어온 제자들을 향해 기존의 제자들이 이것도 모르냐며 타박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모습을 말없이 보던 공자는 다음 날 제자들을 데리고 제나라 환공의 묘당에 갔다. 환공의 묘당에는 한쪽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쓸모없어 보이는 술독이 하나 있었다. 공자가 제자를 가리켜 술독에 물을 부어보라고 시켰다. 제자가 술독에 물을 붓자, 비스듬했던 술독은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바르게 서기 시작하더니 온전히 똑바로 세워졌다. 그런데 공자가 계속 물을 더 붓게 하자, 술독이 다시 비스듬하게 기울어지다가 결국 엎어지고 말았다. 공자가 그 모습을 두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것은 제나라 환공이 스스로 자만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항상 의자 오른쪽에 두었던 술독이다. 학문을 하는 것도 이와 같다. 배웠다고 해서 교만해지면 넘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유래는 후한시대의 학자인 최원(崔瑗)이 좌우명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있다. 그 글의 시작 부분에 아래와 같이 적어 놓은 것에서 유래했다.
‘자리의 오른쪽에 일생의 지침이 될 좋은 글을 쇠붙이에 새겨 놓고 거울로 삼았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좌우명이 있는가? 때로는 고작 글귀 한 줄이 인생을 붙잡아주는 큰 동아줄의 역할을 할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자신의 좌우명을 하나 찾아보면 어떨까?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 다할 진, 사람 인, 일 사, 기다릴 대, 하늘 천, 목숨 명): 사람의 일을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함을 가리키는 말
좌우명(座右銘 자리 좌, 오른 우, 새길 명) :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