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도 살아남을 적응력
한 컨트 렉 9개월간 가장 힘들었던 날이 언젠가 하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승선 첫날이라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40kg의 짐을 들고 비행기를 타고 크루즈가 있는 나라까지 날아가 차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한다.
한참을 기다려 승선 한 크루즈에선 눈 씻고 봐도 우리나라 사람은 찾을 수 없다.
미로 같은 크루즈 안을 물어 물어 승선 수속을 하고, 유니폼, 침대 시트, 수건 등 생필품을 지급받는다.
이제 다 끝인가 싶으면 안전교육과 팀 미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절차가 끝나고 겨우 침대에 누워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게 이렇게 긴 하루가 있었던가? 집에 가고 싶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승선 후 2개월가량이 지나고 나면 어느 정도 일에 적응이 되고 아끼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불편하기만 했던 Cabin 생활이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되고,
어렵기만 했던 상사가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발 벗고 나서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낯설기만 했던 동료가 나의 절친이 된다.
여기까지는 Land Base의 직장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나,
선상생활은 그 이후에도 계속해 변화하고 우리는 그것에 맞춰 적응해나가야 한다.
모두의 Sign on day가 다르고 그러므로 모두의 Sign off day가 다르고,
선사의 니즈에 따라 다른 크루즈로 transfer 하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에
이제 막 정든 내 사람이 떠나가고 새로운 사람에게 적응해야 하는 것이 일상이다.
새로 내 Cabin에 온 동료와 다시 가족 같은 정을 쌓고, 새로운 상사의 업무 스타일에 적응하며
또다시 낯선이 와 친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많은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것이
크루즈 승무원의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어떠세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사막에서도 살아남을 적응력을 가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