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꼬박 새웠다. 잠이라는 게 애초에 올 리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그가 나오는 꿈이었고, 눈을 떴을 땐 다시 그가 없는 현실이었다. 그 어느 쪽도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빈소는 이른 아침 일찍부터 울음으로 가득했다. 검은 옷 들이 오가고, 향 냄새가 천천히 허공을 떠돌았다. 사람들의 흐느낌과 한숨이 얽히며 낮은 바람처럼 깔렸다. 모두가 울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울음조차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오늘 이후 나는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아침부터 영정사진 앞에 서서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마치 그가 대답이라도 해줄 것처럼.
“우리 이제 진짜 헤어지는 거야?”
“정말 오늘이 끝이야?”
목소리는 자꾸 갈라지고, 말끝마다 눈물이 매달렸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향 연기만이 천천히 허공을 떠돌았다. 향의 고요함이 대답 같았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래서 더 잔인한 대답.
나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눈을 감았다. 마음속에서는 계속 같은 말만 맴돌았다. ‘오늘이 지나가지 않기를.’. 그러나 아침은 이미 밝았고, 오늘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새벽 6시쯤 됐을 무렵, 장례식장 직원이 와서 조용히 말했다.
“이제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 말이, 내 귀에 진짜 죽음처럼 박혔다. ‘준비’라는 단어가 가혹하게 느껴졌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불 속으로 보내기 위한 준비, 평생을 같이 하기로 약속했던 사람을, 마지막으로 안아야 할 시간이 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두근거림을 붙잡으려 했지만, 심장은 손아귀 속에서 미친 듯이 뛰어 나가려 했다. 붙잡을 수도, 달랠 수도 없었다.
발인까지 함께 하기 위해 그 긴 밤을 같이 새운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아침밥을 먹었지만 역시 잘 먹히지는 않았다. 그저 그 사람의 빈자리를 곱씹으며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사람을 보내는 제사를 지내고, 운구가 시작되기 전, 장례를 도와주던 직원이 펜 하나와 종이를 건넸다. 그 사람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말을 글로 담으라고 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펜을 쥔 순간 손이 심하게 떨렸지만, 멈추지 않고 종이에 글자를 새겨 넣었다. 무슨 말을 썼는지는 다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분명히 사랑한다는 말을 여러 번 적었다. ‘사랑해, 사랑해.’ 같은 단어가 종이 위에 겹겹이 새겨졌다. 그러다 밉다는 감정이 확 올라와 밉다는 말도 많이 썼던 것 같다. 사랑과 원망이 한 줄 건너 뒤엉켜 글씨는 울퉁불퉁했고 줄은 금세 뒤죽박죽이 되었다.
눈물이 계속 종이 위로 떨어졌다. 펜 끝이 번진 잉크와 섞이며 글자는 번져갔다.
나는 울부짖으며 편지를 써 내려갔다. 주위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종이에 펜이 지나가는 소리,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 억눌러 터져 나오는 울음을 그저 고요히 기다려주었다.
마지막 글자를 적는 순간 나는 종이를 꾹 움켜쥐었다. 그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사랑과 원망과 절망을 함께 쑤셔 넣은 것 같았다.
운구가 시작되었다. 영정사진을 든 그 사람의 남동생이 먼저 걸어갔고, 내가 그 바로 뒤에 서서 걸었다. 빈소 지하에서부터 지상까지의 계단이 너무너무 길게 느껴졌다.
1층 병원 앞에 그 사람이 든 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을 리무진에 실어야 했는데, 장례식장 직원이 나를 앞에 세웠다. 차에 관이 옮겨 가는 걸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병원 입구,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무너지는 순간들은 줄을 지어 나를 기다렸다.
리무진에는 그 사람의 남동생이 영정사진을 들고 탔고, 나와 내 친구들이 뒤에 탔다. 리무진 안은 조용했다. 울음도, 말고, 숨소리도 없었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창밖을 멍하니 봤다.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모든 게 평온했고, 이질감에 눈물이 솟았다.
화장터에 도착해서 대기를 하며 잠시 바람을 쐬러 차에서 내렸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날씨는 내 마음도 모르고 티 없이 맑았다.
그 사람이 타 있는 리무진으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었다. 나는 그의 곁에 조금이라도 있으려고 리무진 옆 그 사람의 얼굴 쪽에 머리를 갖다 대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큰 일을 앞둔 그에게 나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해줬다. 대기가 끝나고 화장터 앞으로 차가 움직였다. 관이 내려졌다. 그 사람은 그 안에 있었다. 나는 말없이 옆에 섰다.
장례를 도와주는 직원이 옆에 다가와 아까 썼던 편지를 관에 묶여있는 흰 천 끈에 슬쩍 끼웠다. 내 마지막 마음을 다 담은 편지가 그 사람과 함께 하늘나라로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관이 화장터 안으로 움직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쿵’
무거운 소리와 함께 나는 울부짖으며 바닥에 쓰러지듯 엎어졌다.
“안돼 가지 마, 아니 잘 가 조심히 가!”
입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잘 보내줘야 하는데 가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내가 무너지면 안 되는데 한없이, 수도 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다들 대기 공간에 가서 앉아 있는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사람이 타고 있는 그곳 그 앞에 서서 노래를 불렀다. 54일 전 결혼식 때 내가 그 사람에게 불러줬던 그 노래, 축가였다.
“나 진짜 진짜 당신만을 사랑하고 사랑해, 내 삶의 반쪽 그대만을 아아 나는 그대만 보고 있어 아아 그대를 사랑합니다.”
음은 흔들렸고, 가사는 자꾸 끊겼다. 그럼에도 불렀다 심심하지 말라고, 혼자 가지 말라고. 내 배웅의 노래가 그 사람에게 닿기를 바랐다. 노래를 꾸역꾸역 부르고 있을 때 엄마가 다가왔다. 내 노래가 끝날 때까지 엄마는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노래가 끝나고 엄마는 나를 말없이 끌어안았고, 나는 그 품에서 또 한 번 엉엉 울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화장이 끝났다는 방송이 나왔다. 뼛가루를 유골함에 옮기는 것을 또 지켜봐야 했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곳에 작은 창문으로 그 사람이 뼛가루가 되어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재가 되어버린 그를 유골함에 옮기는데 뼛가루가 공기 중으로 날렸다. 그 뼛가루가 너무 아까웠다. ‘저것도 그 사람인데.’.
유골함은 너무 작았고, 믿기지 않을 만큼 뜨거웠다. 나는 그것을 껴안았다. 쇳덩이같이 무거웠다.
봉안당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렸다. 나는 한걸음, 한걸음 걸었다. 움직이는 걸음마다 통증이 밀려왔다. 팔이 아팠고 등이 휘었고, 숨이 막혔다. 내 품 안에는 여전히 뜨겁고 무거운 유골함이 있었다. 두 팔이 저려 왔지만, 나는 놓지 않았다.
나는 조심조심 걸었다. 숨소리, 발소리, 울음 같은 게 뒤섞여 흐릿하게 퍼졌고 나는 오로지 그 상자 안에 있는 그 사람의 존재에만 온통 집중했다.
하얀 벽과 차가운 공기가 맞이하는 납골당 안은 정리된 죽음들이 조용히 누워있는 곳이었다. 너무 질서정연해서 섬뜩했고, 너무 조용해서 가혹했다. 그 사람은 그중 한 명이 되는 중이었다.
작은 공간. 작은 유리문 안으로 그 사람이 들어갈 자리를 안내받았다. 나는 직원에게 유골함을 건넸고, 그 직원은 그 사람을 작은 칸에 눕혔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 하얀 유골함에 손을 얹었다.
“오빠 잘 가. 사랑해.”
손을 떼지 못했다. 이건 작별이 아니라, 절단이었다. 한 사람을 재로 만든 시간의 마지막이었다. 눈물이 맺혔다.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지만, 그 손길조차 닿지 않을 만큼 나는 멀리 가 있었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이제 정말 끝이었다. 숨이 막혔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 안에서 그 사람을 다시 떠올렸다. 웃는 얼굴, 장난치는 눈빛,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그 얼굴, 다시는 볼 수 없다는 현실이, 그제야 가슴을 찔렀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걸 알았다. 정말로, 끝이 났다.
그 사람은 이제 세상에 재로만 남겨졌다. 그 사람은 이제 고요한 상자 하나로 남았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소리도 사람들이 나가는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공간에서 나만 멈춘 것 같았다. 몸은 천천히 따라 나왔지만, 마음은 그 안에 남아 있었다.
아직도 내 이름을 부를 것 같은데, 그 사람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너무나 느리게, 너무나 깊게 스며들었다. 그날,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심장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살아 있다는 감각은 사라지고, 단지 숨만 쉬는 존재가 되었다.
세상은 나를 그대로 두었고, 나는 세상에 남겨졌다. 아무도 나를 데려가지 않았고, 나는 혼자였다. 그 사람은 갔고, 나는 남았다. 남겨진 자의 형벌은 그날부터, 그렇게 조용히, 천천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