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부서진 날

by 보다라

결혼식을 올리고 54일째 되던 날. 평범한 아침이었다. 2024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 모두가 쉬는 날이었지만 우리 둘은 공교롭게도 출근을 해야 했다. 나는 8시, 그 사람은 11시.


그날도 나는 먼저 눈을 떴다. 옆에 누운 그 사람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조용히 몸을 돌려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따뜻한 체온에 얼굴을 묻고, 그의 어깨에 입술을 살짝 눌렀다.


그는 잠결에도 늘 그랬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무심한 손길이 다정했다. 괜히 더 안겨 있고 싶어 10분쯤 더 누워 어리광을 부렸다. 그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고 길게 남을 줄은 그때는 몰랐다.


알람이 또 한 번 더 울리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 집안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울 앞에서 로션을 바르고 있었다. 그때 그가 내 뒤로 와서 말없이 팔을 감았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 그의 품이 기분 좋게 따뜻했다. 그 품에 잠시 기대어 있으니, 평범한 출근 준비마저 특별하게 느껴졌다.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으며 우리는 늘 하던 대로 마지막 확인처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몇 초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그 눈빛 안에서 우리는 늘 같은 말을 나눴다.


“오늘도 다치지 말고 쉬엄 일해. 사랑해”


“응 오빠도 밥 챙겨 먹고 출근해. 사랑해”


한번 더 가볍게 입맞춤하고, 나는 ‘다녀올게!’ 라며 현관문을 닫았다. ‘응. 안녕.’ 그게 그 사람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출근하고 나서도 우리는 평소처럼 연락을 주고받았다. 나는 잘 도착했다고 문자를 남겼다. ‘비 오는 날은 조심해! 스트레칭 자주 하고 사랑해’ 나는 그의 메시지에 답을 못 한채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8시 30분쯤 그 사람이 보낸 영상 두 개, 첫 번째 영상은 식탁에 반찬을 가득 차려 놓은 모습. 두 번째 영상은 그걸 맛있게 먹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영상이었다.


전날 내가 참치 캔만 먹지 말고 반찬도 좀 챙겨 먹으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그걸 보여주려고 보낸 영상이었다. ‘귀여워, 밥 맛있게 먹었네. 잘했어요’ 그리고 10시 33분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


‘도착했다! 바람이 차가워’


짧고 평범한 문장, 아무렇지 않은 말투. 그 문장을 끝으로 그의 휴대전화 기록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시간은 그로부터 몇 분 뒤에서 멈췄다.


그날의 아침은 그렇게 지나갔다. 사랑해, 조심해, 잘 먹었어. 평소와 다르지 않은 말들만 남기고. 나중에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이미 인사였다는 걸 알게 되는 그런 아침.


11시 40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평소처럼 연락을 했다. ‘내 사랑 파이팅 오늘 시원해서 좋네’ 답장은 없었다. 그럴 때도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는 점심을 먹고 아무것도 모른 채로 차 안에서 낮잠을 잤다.


12시 30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잠결이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또 걸려 오는 전화. 귀찮은 마음으로 손을 뻗어 받은 전화. 숨죽이는 울음과 낯선 목소리. 그 사람의 여동생이었다.


“언니.”


숨을 고르지 못하는 목소리, 울음을 막으려 애쓰는 소리. 나는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세게 쥐었다. 목에서 턱, 그리고 어깨까지 다 굳었다.


“왜요, 왜요, 무슨 일이에요”


짧게, 다급하게 쏟아내는 말. 그 말 위로, 무너져 내리는 한 문장이 덮쳐왔다.


“죽었대요. 오빠가 일하다가.”



그 순간, 나는 그대로 무너졌다. 나는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운전석 문을 밀치고 그대로 주차장 바닥에 주저앉았다. 소리도 없이 무너졌다.


찬 콘크리트 위에서 손바닥으로 바닥을 때리며 울었다. 터지지 못한 울음이 가슴속을 때리다가 끝내 목구멍을 찢고 쏟아졌다.


“거짓말이야. 왜, 왜!”


손바닥에 피가 날 때까지 땅을 쳤다. 울부짖었다. 그게 울음인지 절규인지 모르게 그저 땅을 치고, 내 머리를 잡아당겼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미친 듯한 고요 속에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일어나야 했다. 가야만 했다. 그 사람에게 지금, 당장.


손이 떨리는 채로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자꾸 번져서 이름도 흐려졌고 손끝은 말을 듣지 않았다. 겨우겨우 회사 과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는 이미 망가져 있었다.


“과장님. 오빠가 죽었대요. 나 가야 돼요. 오빠가 죽었대요”


그 말을 뱉는 순간 내가 처음으로 그 사실을 입 밖으로 인정했다. 죽었다. 그 사람이 죽었다. 현실이 아니라는 듯 멍한 눈으로 하늘을 봤다. 회색이었다. 눈앞이 하얬다. 그리고 속이 시커멓게 타올랐다.


나는 땅에 엎드렸다. 아무 말 없이, 숨도 못 쉰 채 그 자리에 박혀버렸다. 통화가 끝나자 나는 다시 무너졌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운전석에 올라타는 것도 한참이 걸렸다.


문을 열고, 몸을 끌어올리고 핸들 앞에 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겨우 시동을 걸고 진동이 울리는 핸들에 두 손을 얹었다. 그리고 핸들 위에 이마를 박았다. 한 번, 두 번.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거짓말이야, 아닐 거야. 많이 다쳤나 보다 어떡하지.”


소리를 질렀다가 ‘아닐 거야’를 반복적으로 말했던 것 같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시야로 나는 액셀을 밟았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또 전화가 왔다. 두려웠다. 그래도, 받아야 했다. 혹시. 혹시 아닐 수도 있으니까. 블루투스로 연결된 전화기에서 낮고 떨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의 남동생이었다.


“형수님.”


그 짧은 호칭 하나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 낮은 음색의 울먹이는 한마디가 현실을 뚝, 하고 쪼개버렸다. 나는 그 순간 진짜로, 정말로, 그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사람, 정말로, 갔다.


입이 떨리고 숨이 막혔다. 심장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 목을 조여 왔다. 운전 중이란 사실조차 잊고 나는 그대로 핸들을 붙잡은 채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악!! 안돼. 안돼!”


도로 위에서 울부짖었다. 혼자 있는 차 안, 차창은 닫혀 있고 내 울음은 벽에 갇혀 내 안에서만 퍼지고 울렸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엄마한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엄마가 와줘야 했다. 나를 안아 줘야 했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다정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였다. ‘딸 왜, 무슨 일일까’. 엄마의 목소리에 너무 따뜻한 그 목소리에 나는 무너졌다.


“아 엄마, 오빠가, 오빠가 일하다가 죽었대. 아!”


핸들을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목이 찢어질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내가 내는 소리에 내가 놀랬다. 그렇게 까지 절박한 소리를 내가 낼 수 있는 줄 몰랐다.


전화기 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급하게 바뀌었다. 나는 말을 잇지도 못하고 그저 울었다. 쏟아지는 울음 속에서 겨우겨우 토해냈다.


“엄마. 오빠가. 일 하다가 죽었대. 진짜 같아. 엄마.”


그 말이 입에서 나오기까지 세상이 천천히 조각나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숨을 들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금세 침착해졌다. 아빠의 놀란 목소리도 저 너머에서 들렸다.


“우리 금방 갈게, 딸, 진정하고 병원 앞에서 기다려. 갈게,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도 나는 핸들을 꼭 붙잡고 울었다. 목이 메고 숨이 끊어질 것 같았고 가슴은 누군가 쥐고 짓이기는 듯했다.


이제 진짜 병원에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앞에 서면 모든 게 진짜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도착하고 싶지 않았다.


한 걸음도 내 의지로 내딛는 것 같지 않았다. 이미 심장은 박살 나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이 세상에서 보내주러 가는 길이었다.


차를 세우자마자 나는 문을 열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리는 무거웠고 숨은 목에 걸려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아니라 터질 듯 울부짖고 있었다.


병원 앞. 지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계단. 나는 그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주저앉았다. 손으로 입을 막고 숨을 토해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내 마음은 아래로, 아래로 꺼져갔다. 그렇게 몇 번이고 서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 겨우 지하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


복도 끝에 장례식장 사무실이 보였고 그 앞은 가족 대기 공간이었다. 희뿌연 형광등 아래 낯익은 얼굴들, 울고 있는 사람들, 경찰들의 무거운 그림자. 그 가운데 내가 서 있었다.


나는 가만히 서서 울었다. 다들 어떻게 하다 사고가 났는지, 그가 어쩌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직 그 사람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도망치듯 다시 계단을 올라서 병원 앞 벤치에 홀로 앉았다. 너무 익숙한 자리였다. 집 바로 앞, 병원 담벼락 옆에 놓인 나무 벤치. 평소에 그 사람과 이 앞을 항상 함께 산책하곤 했는데 내가 여기 이렇게 있을 줄 알았겠는가.

이제 혼자다 생각이 들 때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바람만 훅훅 들어왔다. 나는 벤치에 앉아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울기 시작했다. 소리 내어 울었다. 그냥 숨이 넘어가도록 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눈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웃으며 지나가는 커플이 보였다. 그 장면이 너무 잔인해서 크게 울었다. 그 들은 너무 평범하게 행복해 보였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모든 걸 잃을 사람이었다.


“아. 아아..”


울음이 비명처럼 쏟아졌다. 얼굴을 감싸 쥐고 몸을 웅크린 채 벅벅 울었다. 땅이 꺼지는 것처럼 배가 저리고 머리가 울렸다.


그때 클락션 소리를 짧게 한번 울리고는 병원 입구로 들어서는 차 한 대. 익숙한 번호판, 익숙한 차. 아빠 차였다.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엄마가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내 무너진 모습을 아빠와 엄마가 그대로 보고 말았다. 엄마는 차 문을 열고 뛰듯이 달려왔다. 나도 벌떡 일어나 엄마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엄마 품에 안겼다.


“엄마. 오빠 진짜 죽었대. 진짜래.”


나는 그렇게 말하며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다. 엄마 옷을 꼭 쥐고 몸을 덜덜 떨면서 울었다.

엄마는 내 등을 쓰다듬으며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그 품 안에서 나는 다 무너져 버렸다.


아빠는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꾹 다문 얼굴로 주먹을 꽉 쥐고 허공을 향해 한 번, 두 번 주먹질을 했다.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분노와 절망이 아빠의 꽉 쥔 손에서 터져 나왔다. 아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았다.


우리는 셋 이서 서로의 절망을 마주했다. 한 사람은 무너졌고, 한 사람은 무너지는 걸 끌어안았고, 한 사람은 그 모든 걸 말없이 삼켰다. 세상은 여전히 평범하게 굴러가고 있었지만 그 순간이 우리는 그 벤치 앞에서 완전히 부서진 사람들이었다.


겨우 진정을 하고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엄마가 내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아빠는 무거운 숨만 내쉬었다.


계단을 겨우 내려와 장례식장 사무실 앞에 대기 공간에 도착했다. 부모님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엄마 아빠는 그 사람의 부모님을 안아주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서 있었다.


바보같이 서 있는 나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검은 점퍼를 입은 남자의 손엔 작은 비닐 팩이 들려 있었다.

“고인의 손에 있던 겁니다.”


그는 그것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아직도 따뜻할 것 같은 그 사람의 손가락에 마지막까지 끼워져 있던 반지.


새 반지답게, 광택은 그대로였다. 우리의 결혼 생활이 고작 54일이었으니, 닳을 새도 없이 말이다. 나는 그것을 받는 순간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아.”


목에서 터져 나온 소리는 비명도 아니고 울음도 아니었다. 그저 무너져 내리는 소리였다. 회사 주차장에서 무너졌던 나보다 더 깊이, 더 지독하게 무너졌다. 무릎을 꿇고, 주먹을 쥐고, 바닥을 치고, 고개를 처박고, 온몸으로 절규했다.


“오빠. 왜!”


그를 불러도 대답은 없었다. 대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계속 불렀다. 소리는 찢기듯 갈라져 나왔고, 내 목은 타 들어갔다.


엄마가 재빨리 나를 끌어안았다. 흔들리는 나를 붙잡으려는 듯, 두 팔로 온 힘을 다해 안았다. 나는 엄마 품 안에서 몸부림쳤다. 달래려는 손길이 오히려 더 큰 울음을 쏟게 만들었다. 반지를 움켜쥔 손은 펴지지 않았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의 나는 완전히 부서진 잔해였다.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괜찮아.”


엄마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나는 품위를 지킬 수도 없었고, 소리를 삼킬 수도 없었다. 그 사람의 반지는 이제 정말 끝이라는 냉정하고도 마지막인 증거였다. 나는 그 반지를 가슴에 껴안았다. 얼마나 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반지를 쥐고 있는 손이 저리도록 아팠지만 절대 펴지 않았다. 그 반지를 놓치면, 그 사람도 함께 사라질 것 같아서.


가족 대기 공간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울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했다. 눈이 따갑도록 울다가도, 잠깐 멍하니 숨만 쉬다가, 다시 눈물을 쏟았다. 그 반복 속에서 시간이 흐르는 감각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나에게 반지를 주었던 그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손짓했다. 그 손짓 하나에, 우리는 곧 따라야 할 곳을 알았다. 안치실.


안치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기운이 먼저 우리를 훑고 지나갔다. 바깥은 공기와는 전혀 다른 온도였다. 그곳의 공기는 정말로 멈춰 있었다. 사람의 숨이 아니라, 냉기만 드나드는 방.


나는 문턱 앞에서 한 번 멈췄다. 발바닥까지 차가움이 내려앉았다. 그 사람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안내하는 손짓을 따라 우리는 그의 발끝 쪽으로 갔다. 하얀 천이 입 위로 까지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차갑고 반듯한 선.


어머님은 이름을 부르며 무릎이 풀렸다. 바닥에 두 손을 짚고, 목이 베일 듯한 소리로 울었다. 아버님이 그 옆에 엎드리듯 붙잡았다. 두 사람이 같이, 같이 무너졌다. 울음이 안치실 안의 공기를 더 차게 만들었다,


나는 한 발짝도 쉽게 내딛지 못했다. 몸이 무거웠다.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죄책감처럼 느껴졌다.


상처가 난 그의 얼굴이, 너무 망가져서 볼 수 없게 입까지 올려놓은 하얀 천이, 그 천의 끝자락이 내 눈에 날카로운 칼날처럼 박혔다. 나는 눈을 감았지만, 더 선명하게 그 장면이 떠올랐다. 차갑게 누워 있는 그 사람, 더는 대답 없는 그 사람. 그 모습이 너무 아팠다.


“늦게 와서 미안해.”


나는 무릎을 꿇고 그 사람을 올려다봤다. 바닥의 냉기가 뼈로 올라왔다. 무릎 아래에서부터 가슴까지 서늘해지는 동안, 나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그의 발 끝에 걸쳐져 있는 천의 가장자리만 바라봤다. 천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를 눈으로 담으려 고개를 아주 조금 들었다. 천의 가장자리가 눈앞에서 흐릿하게 떨렸다. 그에게 손을 뻗고 싶었지만 뻗지 못하고 그냥 쥐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 앞에 무방비하게 무너졌다.


엄마가 내 어깨를 감쌌다. 떨림이 서로에게서 서로에게로 옮겨 붙었다. 엄마의 손은 따뜻했고, 그 따뜻함이 더 아팠다. 살아 있는 온기가 원망스러웠다. 저쪽에서 몰려오는 오열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안치실 안의 모든 소리가 울음이었다. 울음과 냉기.


일어나려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가 팔꿈치를 받쳤다. 나는 천을 정면으로 보지 않으려 애썼다가, 끝내 한 번 바라봤다. 너무 맑은 흰색이었다. “다녀올게.” 아주 작은 소리로, 나조차 듣기 어려운 크기로 작별 인사를 하고 안치실을 나왔다. 나는 그날을 그 방의 온도로 기억한다. 무릎 밑으로 스며들던 바닥의 냉기. 그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 대답 대신 돌아온 세상의 단단한 닫힘. 그 닫힘을 등에 지고, 나는 겨우 복도를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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