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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스텔라 Sep 10. 2024

나의 첫 자동차, 좋은 사람과 어디서든 신나게 달리길

길가다 우연히 마주치면 무척 반갑겠지

2024. 6. 25. 화

나의 첫 차는 3door 자동차였다. 작고 귀여운 외모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자동차다.     


모든게 장점뿐인 자동차였다.

주차에 자신이 없는 나에게 아담한 차체는 제격이었고,  문이 3개라 혼자 출퇴근용으로 쓰기에도 아주 좋았다.

출고된지 10년이 되었지만,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10만키 조금 넘게 적당히 달렸고 매년 엔진오일도 제때 잘 갈아주었고 타이어도 거의 새 타이어였다. 

크게 사고도 난적이 없는 차였다. (주차 하면서 남의 차를 박은거 말고는)

형편만 된다면 계속 데리고 있고 싶은 자동차였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재산분할 해주려고 받은 대출은 나의 1년 연봉이 넘는 액수였고

그와 별개로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 보증금도 반절은 대출이었다.     

정도 많이 들었고 처분하기 아까웠지만 팔아야했다.

당장 이번달부터 대출이자가 50만원 넘게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토요일 오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귀여운 딸래미 사진 찍어주듯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다.

정면에서 찍고 

옆에서 찍고 

뒤에서 찍고 

실내 운전석에 앉아 블랙박스 나오게 찍고

주행거리 띄워놓고 찍고

실내 공간 전체적으로 찍고 

트렁크 공간 찍고

타이어 휠 나오게 찍고 

라이트 켜놓고 찍고

몇장 안찍었는데 열장이 훌쩍 넘었다     


상세한 소개글을 덧붙여 당근, 지역카페, 자동차 거래 카페 등 여러군데 글을 올렸다.

급매를 원했으므로 가격도 처음부터 시중가보다 낮게 책정해서 올렸다.

나와 함께 할 수 없다면 좋은 주인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근 중고차에서는 유료광고도 할 수 있어서 1주일 유료광고도 같이 시작했다.

광고 덕분인지 조회수가 급격히 올라가더니

채팅이 오기 시작했다.

세상에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듯이 나에게 오는 채팅도 제각각 다양했다.


1번 채팅자는 솔직한 타입이었다. 본인의 분수는 생각하지도 않고 제네시스를 뽑았더니 차 할부금과 유지비를 감당 못해 본인의 차를 처분하고 내차를 사고 싶다는 사람이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차를 끌어보고 싶은 욕심에 차를 샀지만 현실을 자각하고 본인이 감당 할 수 있는 차로 갈아타겠다는 것은 긍정적인 태도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사람의 요구조건은 자기 차가 팔릴때까지 내차를 팔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이런 부탁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나도 내사정이 있으니 그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이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기에 나의 이런 거절을 이해해주었고 실제로 그사람은 내차가 팔릴때까지 종종 채팅을 걸어 거래 성사 유무를 체크했다. 안타깝게도 그사람은 내차가 팔릴때까지 제네시스를 팔지 못했다.     


2번 채팅자는 궁금한게 많은 타입이었다. “타이어는 언제 갈았나요?” “엔진오일은요?” “정식서비스센타에서 검진 받으신건가요” “타이어밸트는 언제 갈았죠?” “네고는 더 해주실 수 있나요?” 계속 질문만 하는 사람이었다. 첫 번째 질문에 답을 해주면 또 질문을 하고 줄줄이 고구마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나도 잘 모르는 질문을 할때면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답을 알아내 답변을 해줬다. 모든 질문에 다 답변을 해주고 “구매하실 의향이 있으신건가요?” 라는 나의 질문에 그사람은 그대로 잠수를 타버렸다. 차 한번 보러 올 것도 아니면서 왜그렇게 질문만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3번 채팅자는 약속만 하고 잠수한 타입이었다. 차에 관심이 많다면서 당장 다가오는 주말에 오겠다고 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밖에 시간이 안난다고 해서 내가 그시간에 맞추기로 했다. 처음으로 차를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쿨거래 하신다면 가격도 좀 깍아줄 요량이었다. 약속한 시간보다 먼저 내려와 딸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자동차를 마른걸레로 닦으면서 기다렸다. 창틀을 닦고 휠을 일일이 다 닦고도 남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2시간을 더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다음날 온 채팅은 “남편이 출장을 가는 바람에 못갔습니다.” 라는 말이 전부였다. 그럼 남편과 언제 같이 오실꺼냐는 나의 질문에 이 사람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4번 채팅자는 세컨차를 알아보는 분이였다. 주로 사용하는 자동차는 따로 있고 세컨차를 구입하고 싶은데 적당한 가격대가 맘에 든다고 했다. 자기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채팅으로는 답답하니 시간날 때 전화를 달라고 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다고. 꽤나 적극적인 태도에 이사람과 거래가 성사되나 싶었다. 다음날 퇴근하고 차를 보러 오겠다고 했고 계약금도 곧 입금하겠다고 했다. 차가 곧 팔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다음날 장문의 문자가 왔다. 와이프의 허락을 받지 못해 어려울 것 같다고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거래는 불발되었지만 예의바른 그사람의 문자에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기했다. 와이프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남편이라니. 나는 한번도 갖지 못한 남편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그사람의 와이프가 잠깐 부러워졌다.   

   

나의 애마는 마지막 채팅자의 품으로 떠났는데 채팅을 시작한 날 그날 저녁 보러 오겠다고 하더니 정말로 약속시간에 태권도 학원차를 끌고 도복을 입은 여자사범님이 왔다. 직접 몰아봐도 되겠냐고 묻길레 흔쾌히 그러라고 하고 차키를 내어줬다.  아파트 후문으로 나가서 정문으로 들어오더니 맘에 든 티가 얼굴에 보였다. 거래 하기 전에 카센타에서 차를 한번 띄워봐도 되냐고 묻길레 당연히 그러시라고 했다. 거래일은 일주일 후로 정했고 그사람은 돌아가는 길에 바로 계약금 10만원을 입금했다. 드디어 한달도 안된 시간에 나의 애마가 주인을 찾은거였다. 다행이었다. 차량 이전을 할때 같이 시청 민원실까지 갔는데 차량이전주소를 보니 우리동에서 가까운 동에 사는 사람이었다. 


나의 애마는 독특한 외형으로 금방 티가 난다. 적어도 내가 사는 s시에서 나와 똑같은 외형의 차는 못봤었다. 그런 탓에 출퇴근 하면서 한번쯤은 마주칠까 싶어 버스안에서도 밖을 매일 쳐다보는데 아직 한번도 마주치진 못했다. 


내 생각이 안날 정도로 새주인과 즐겁게 여기저기 좋은 곳 많이 다니면서 안전한 드라이브를 하고 있길 바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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