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나왔다!"
앞집 언니의 카랑한 비명이 3천 원짜리 한우잡뼈 두 팩으로 장장 이틀간 열심히 우려낸 곰탕을 먹던 숟가락을 밥상에 던지고 뛰쳐나가게 했다. 우리 집과 앞집 언니네 집의 경계에 있는 마당에 있는 풀들이 며칠 전 폭우에 갈증을 제대로 해소하고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언니는 그 풀들을 베고 돌들을 정리하다가 돌 밑에 꽈리를 틀고 노려보는 뱀을 발견했다고 한다.
"머리가 세모난 것이 독사 같다."
뱀이라니! 그것도 독사라니!
"언니 그럼 어떡하죠?"
"찾아야지."
"찾으면요?"
"머리를 찍어야 된다."
찍으라니! 그것도 머리를!
오늘 아침 옆집 몽구와 말 목장 건너 들판으로 짧은 가출을 하고 돌아온 꿈이의 몸에 붙은 수십 마리의 진드기를 잡아서 한 사발 물그릇에 수장시킨 것으로 오늘의 살생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언니가 나에게 뱀의 등장을 알리는 순간에 뱀은 몸을 숨겼고 즉시 우리들의 수색작업도 시작됐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겁에 질린 두 눈을 뱀에게 들키지 않도록 험악하게 떴다. 이 긴박한 상황과 별 상관없는 인중은 왜 길게 늘어나 입술이 모아지는지 보는 사람은 우스꽝스러웠을 거다.
결국 뱀은 찾지 못하고 식은땀만 뺐다.
사실 뱀의 머리를 찍을 수는 없다.
-2019.8. 서랍에 있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