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친한 친구와의 마침표

그동안 나를 붙잡고 있던 미련을 내려놓으며

by 아보딩

살다 보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때론 같은 상황에서 상대방과 나 우리는 둘 다 상처를 입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내게는 중학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라고 불리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내 결혼식에서 축사도 해줬고,

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곁에 있었던 친구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우리는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성향으로 쭉 이어져 왔다고 믿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주기적으로 만남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후에는 결혼한 우리 부부와 친구네 커플 모임으로 1년에 1~2번씩 보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전에 먼저 사회인이 되어 일을 하고 있었고

친구는 대학생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이기에 좋은 학교에 좋은 과를 다녔다.

친구는 부모님이 부동산에 관심이 많으셔서

친구에게 투자를 권유하셨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친구 명의로 투자한 부동산도 소위 대박이 났다.

그리고 좋은 곳에 취업한 친구를 보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서로의 가정사까지 알고 있던 친구라 난 그 친구를 보면 늘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기뻤고, 나도 열심히 해서 친구와 너무 경제적 차이 등이 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때로는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기도 하면서 나도 남편과 함께 우리의 자산을 일궈나갔다.

그리고 처음 분양받은 우리 아파트로 이사 오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친구 커플을 초대했다.

나의 기쁜 마음이 내 친구에게는 질투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

내가 느끼기에 10을 가진 친구는 4를 가진 나의 것을 부러워하고 축하보다는 질투가 난다고 표현했다.


친구의 너무나도 솔직한 반응에 나는 사실 상처 입었다.

나도 시기질투가 있는 사람이지만, 내 친구들에게 있어만큼은 시기질투를 하지 않는다.

특히 학창 시절, 은행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서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서로의 가정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발 꼭 잘되기를 늘 바라곤 했었다.

그런데 그날 친구의 솔직한 발언과 친구의 평가가 상처로 남았다.


그 시점부터 친구가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몇 번의 만남은 더 이어졌다.

주로 만남의 장소는 우리 집...

남편과 나는 피곤해도 싫은 기색 없이 1박 2일 혹은 2박 3일 놀러 오는 친구 커플을 위해 배려했다.

사실 대화의 코드도 잘 맞지 않았고, 여행을 가서도 재미있던 기억보다는 약간의 불편함만 계속 남았다.

이런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네 커플은 좋은 회사에서 좋은 급여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냥 평범한 회사에서 평범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그런 우리가 자산을 모으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안 쓰고, 더 모아야 한다.

그래도 나는 친구를 만나는 순간만큼은 내가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친구는 어느 순간 나의 배려를 너무 당연하듯이 여기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평가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불편함을 느꼈었다.


그렇게 작년 추석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작년 추석 나는 어쩌면 이 만남이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날 때마다 상처를 입게 되는 이 만남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친구들이 가기 전,

맛있는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끓여주고 비타민 선물을 손에 쥐어 보내줬다.


시간이 흘러 새해가 되었고,

곧 다가오는 친구의 생일에 앞서 연락을 했다.

만남은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서로 연락은 할 수 있는 사이로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친구는 새해 안부 연락을 내게 했었고, 카톡을 뒤늦게 확인했던 나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친구는 내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말해줬다.

자신이 힘들어 내 행복에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했었다고,

그래서 잠시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친구는 쉼표로 남기고 싶었지만 나는 마침표를 찍었다.


친구에게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서로의 입장차이만 있을 뿐...

사실 나는 친구의 남자친구와 함께 동반으로 만나는 게 불편했다고.

너에게 이미 우리끼리만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친구는 자연스레 동반 모임을 추진했고,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의 만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가족이 될지도 모를 너의 동반자와 어느 순간 경쟁자가 되어버린 듯한 친구.

친구는 매번 같은 이유로 나에게 상처를 줬고,

나도 더 이상 친구에게 말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근 2~3년간의 만남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서로 배려하는 만남이 아닌 20년이라는 세월이 주는 의무감만 남은 우리였다.

오랜 친구와의 이별이 살짝 슬프기도 했지만,

서로의 인생에 한 페이지로 남길 수 있도록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를 붙잡고 있던 미련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러다 정말 친구가 없을까 봐 혹은 이건 나의 착각이라고 생각하며 모른 척했었다.

그 친구는 그래도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라고...

친구의 쉼표에 마침표를 더한 나는 나쁜 사람인 걸까...

20년이라는 시간을 돌이켜봐도... 우리에게는 이제 마침표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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