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심심하지만 나쁘지 않아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원래 사람을 좋아했고 내 주변에는 사람들이 항상 많았다.
그래서 그 누구도 나를 내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만들어진 외향인이었다.
"행복한 척, 즐거운 척, 너그러운 척, 씩씩한 척, 밝은 척"
어릴 때 할머니와 이모네 집에서 잔적이 있었는데, 잠결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내 얼굴에서 그늘이 보인다는 이야기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뒤로는 가면을 썼다.
항상 웃는 얼굴로 지냈다.
슬퍼도, 화나도, 짜증 나도 모두 웃는 얼굴 속에 감춰버렸다.
얼굴에서 그늘이 보인다는 말이 나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나는 감췄다.
어른이 되고도 그렇게 감추느라 애썼는데 병이 나고 말았다.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몸으로 병이 왔다.
21살에 대상포진으로 고생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몸이 아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류마티스진단을 받게 되었다.
물론 경도가 심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나에겐 좀 충격이었다.
그 뒤로 성격이 좀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이 되면서 내 성격은 완벽한 내향인이 되었다.
아마 그 이전에 나를 알던 사람들이 요즘 나를 보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다.
비로소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은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사람을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고갈당한다.
어색한 게 싫어서 말을 많이 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웃긴 이야기도 하고...
몸에 안 맞는 옷을 입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게 점점 더 힘들다고 느껴진다.
내가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돈 벌어야 되니까..?
그러다 보니 골프라는 취미도 참 내게 맞는다.
물론 아직 연습단계이기에 그렇긴 하지만...
첫 프로님이 내게 "집순이에게 최고의 익사이팅한 스포츠"라고 하셨는데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이전에 남편과 살사를 배웠는데, 남편과 둘이서만 하고 싶은데...
자꾸 다른 사람들이랑도 춤을 춰야 하니... 극 I인 내 성향에 너무 힘들었다.
그랬는데 골프는... 최고의 스포츠!
남편이 바쁜 날에는 혼자 가서 연습해도 시간이 훌쩍 흐른다.
아무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에게만큼은 예외로 남기고 싶다.
글을 주절주절 쓰다 보니...
혼자 있는 게 좋은 나한테 맞는 직업은 뭘까...
그냥 집에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남편이랑 심각하게 "나 전업주부로 살까?"라고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근데 전업주부를 하면...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야 할 것 같아서.. 싫다... ㅋㅋㅋ
그리고...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혼자 있는 게 좋으면서도... 나를 드러내고 싶다.
관종의 느낌이 있는 걸까...
그건 모르겠지만... 그래도 태어나서 뭔가 내가 살다 간 흔적을 최대한 남겨놓고 가고 싶다.
그래서 이것저것 이제 좀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고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