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버릇처럼 보일 발목의 ‘까딱’ 거림"
[글쓴이의 말]
이야기의 구조를 다시 잡으며 재발행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주셔도 좋습니다.
멈춤의 자리에서 복음을 만나다.
1. 스무 살의 몸이 보내온 첫 신호
내 인생에서 처음 ‘멈춤’이 찾아온 건 열여덟 살 무렵이었다.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버릇처럼 보일 발목의 ‘까딱’ 거림이 내게는 설명되지 않는 낯선 신호였다.
익숙한 몸 안에서, 조용히 다른 리듬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시절 나는 배우가 되겠다는 꿈으로 서울을 오르내리던 때였다.
젊음으로 버티는 건 가능했지만, 몸은 내 의지와는 다른 속도로 조금씩 틀어지고 있었다.
2. 끝없이 이어진 병원과 검색창의 밤들
‘허리디스크인가?’
그렇게 가볍게 시작된 진료는 동네 병원에서 2차, 3차 병원까지 이어졌다.
밤이면 떨림은 또렷해졌고 휴대폰 불빛 아래에서 내 증상을 단어를 바꿔가며 검색했다.
“발떨림”, “발목 까딱”, “원인 모를 떨림”.
붙잡을 수 있는 단어들을 하나씩 던지며 그 안에서 답이 걸리기를 바랐다.
그러다 화면에 낯선 단어 하나가 오래 남았다.
파킨슨병.
3. 큰 병원의 침묵과 조심스러운 진단
결국 예약해 둔 대형병원으로 향했다.
그날의 병원은 이상할 만큼 조용하게 느껴졌다.
의사 선생님은 기록을 넘기다 짧게 말을 멈추었다.
그 정적이 나를 먼저 긴장하게 했다.
“심증은 갑니다. 하지만… 너무 젊어요.”
그리고 이어진 말.
“학회에서 ‘20대 파킨슨’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내가 의사생활하면서 진료실에서 실제로 보는 건 처음입니다.”
그 말은, 병명보다 더 깊은 무게로 내려앉았다.
4. 약이 듣는다는 사실이 준 서늘한 확신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도파 1/4 알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떨림이 올라오는 순간 약을 삼켰고... 잠시 뒤—
떨림이 멈췄다.
“멈췄어… 그런데 이게 좋은 건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천천히 마음 한가운데에 퍼져갔다.
5. 잊을 수 없는, 수치의 순간
또 다른 대형병원에서는
“이걸 맞으면 떨림이 멈출 겁니다”
라는 말에 수액을 맞았다.
떨림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 의사는 무심하게 말했다.
“이건… 그냥 포도당 수액이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절박했던 내 심정은 한순간에 짓밟혔다. 마치 병원 한가운데 놓인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한 수치심이 조용하게, 그러나 깊게 밀려왔다.
6. 몸을 지나 영혼까지 멈추게 한 시간들
그 후 여러 약들의 복용을 겪고 결국 마도파 하나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과정이 내게 ‘멈춤’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깊은 멈춤은 몸이 아니라 영혼에서 일어났다.
H언니를 통해 처음 복음을 들었고, 처음 가본 교회는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 자리에서 내가 버티며 살아온 시간들의 이유를 처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멈춰 선 자리.
그 자리가 바로 복음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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