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의 자리에서 복음을 만나다 (재발행 2편)

“하나님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by 치유 보드미

2부. 멈추어야 했던 순간들


스무 살의 나는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살고 있었다.

낮에는 촬영장, 밤에는 병명과 싸우는 방.

조명 아래서는 분명히 ‘배우 장지희’였는데, 문을 닫고 들어오면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버티는 한 명의 젊은 환자였다.


촬영장에서 나는 누구보다 성실했다.

대사 한 줄을 놓칠까 봐 밤새 대본을 붙들었고, 감독이 원하는 감정선을 찾기 위해 표정 하나까지 몇 번씩 다시 연습했다. 그런데 내 발은 그 연습을 견디지 못했다.

정지된 컷을 기다리는 몇 초 동안도 발목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깜빡, 깜빡’ 작은 리듬을 탔다.


그땐 몰랐다. 그 미세한 떨림이 앞으로 내 인생의 축을 바꿔놓을 줄은.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배우의 얼굴은 사라지고 ‘증상 검색하는 20대’만 남았다.

컴퓨터 앞에서

“발목 떨림 원인” “젊은 나이에 떨림?” “까딱거림 이유”

내가 만들 수 있는 모든 조합의 검색어를

하나도 빠짐없이 입력했다.


새벽 두 시, 세 시, 네 시… 검색 기록이 쌓여갈수록 마음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어둠이 스며들었다.

‘혹시… 정말… 이 병일까?’


그러나 다음 날이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 세계에서는 아픈 티를 내면 안 됐다. 내 자리는 언제든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였고,

감정 하나만 흐트러져도 전체 신의 호흡이 무너지는 세계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아픔을 입 안에서 잘게 씹어 삼켰다.삼키고 또 삼켰지만, 긴장과 공포가 금속 맛처럼 목구멍에 걸렸다.


병원도 쉬지 않고 돌았다. 동네 병원에서는 “디스크일 수 있다”고 했고, 2차 병원에서는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했다. 3차 병원에서는 의사가 내 발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상하긴 한데… 너무 어려서요.”


그 말은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젊다는 이유로 얻지 못하는 ‘정확한 말’. 그 어정쩡한 공백이 하루하루를 잠식했다.


대형병원에서, 나는 또다시 환자의 무력함을 배웠다.

어려 보이는 의사들이 둥글게 앉아 나를 지켜보았고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이걸 맞으면 떨림이 멈출 거예요.”


나는 절박했다. 그저… 이 떨림만 멈출 수 있다면.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감각까지도

희망처럼 느껴질 만큼.


그리고 기적처럼 5분 동안 떨림이 멈췄다.

정말… 멈췄다.


하지만 이내 다시 올라오는 떨림을 보며 의사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이거 포도당 수액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병원 안 어딘가에 전시된 동물처럼 느껴졌다. 절박했던 내 심정은 밟혀버렸고,

수치심이 온몸을 덮쳤다.

그 자리에서 나는

‘아, 환자는 이렇게 시험당하는 존재구나’

그 사실을 날것으로 배웠다.


그날 이후 배우로서의 나와 병을 알아가는 나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하늘 아래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 수는 없다는 걸

아마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무너짐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는 아직 몰랐다.

그 멈춤의 끝이...

언젠가 복음이라는 빛을 향하고 있었다는 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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