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9:19–33 묵상)버려진 것 같았던 자리에서

버려진 것 같았던 자리에서, 하나님은 남은 자를 남기셨다

by 치유 보드미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이 먼저 무거워진다.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
기쁨이 아니라
설명해야 할 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왜 그렇게 사냐.”
“왜 아직도 그렇게 믿냐.”
“왜 네 인생은 그렇게 힘드냐.”


그 말들은 겉으로는 걱정 같지만
내 속에서는 자꾸 이렇게 들린다.


“그럼 하나님은 왜 너를 이렇게 만드셨냐?”


로마서 9장을 읽다가
나는 멈췄다.
“그러면 하나님이 어찌하여 허물하시느냐?”

(롬 9:19)
이 질문은 이스라엘의 질문이지만,
사실은 내 질문이었다.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택하신다면서요.
그럼 왜 나는 이 가정에 태어났고
왜 나는 이 병을 겪고
왜 나는 이런 관계 속에 있고
왜 어떤 사람은 쉽게 믿고
어떤 사람은 끝까지 완악합니까.
나는 묻고 있었다.
조용히, 속으로.


하나님의 대답은 의외로 차가웠다.
“이 사람아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나님께 반문하느냐?” (롬 9:20)


순간, 억울했다.
질문도 못 하나요?


그런데 말씀을 붙들고 묵상하다 보니
하나님은 질문을 막으신 게 아니라
내가 하나님 자리에 서 있는 걸 깨뜨리신 거였다.


나는 내 기준으로
하나님이 공평한지 따지고 있었고


내 기준으로
누가 구원받을 만한지 재고 있었고


내 기준으로
하나님의 방식이 마음에 드는지 판단하고 있었다.


우물 안에서 본 하늘이 전부인 줄 알면서.
설교에서 말한 “토기장이” 비유가
그날 유난히 마음에 박혔다.


진흙이 토기장이에게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냐”고 따질 수 있을까.


나는 진흙이면서
자꾸 토기장이가 되려 했다.


“하나님,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두세요.”
“하나님, 왜 우리 집안은 이렇게 어려워요.”
“하나님, 왜 저는 이렇게 약해요.”


그 질문 뒤에는
늘 이런 마음이 숨어 있었다.


“내가 생각한 그림이 더 낫지 않습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관계 안에서 흔들릴 때마다
나는 하나님보다 사람의 반응에 더 매여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해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
적어도 “틀렸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신앙의 언어로 충돌하고,
같은 하나님을 말하면서도 다른 결론에 서 있을 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나님, 도대체 누구 말이 맞습니까.”


그때마다 하나님은
누가 옳은지를 가르쳐주시기보다
내가 누구 편에 서 있는지를 먼저 보게 하셨다.


나는 하나님을 증명하려는 자인가,
아니면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인가.


로마서 9장은
“버림”이 아니라
“남겨두심”을 말하고 있었다.


“남은 자만 구원을 받으리니.” (롬 9:27)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하나님은 반드시 씨를 남겨두신다.


농부가 종자를 남겨두듯,
하나님은 절대로
언약의 씨를 다 써버리지 않으신다.


세상이 어둡게 보여도
가문이 막힌 것처럼 보여도
내 인생이 낭비된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은
남은 자를 남기신다.


“의를 따르지 아니하던 이방인들이 의를 얻었으니
곧 믿음에서 난 의요.” (롬 9:30)


나는 ‘잘해서’ 여기 온 게 아니다.
나는 ‘믿음으로’ 여기 서 있다.


예수님은
어떤 사람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구원의 돌이 된다.


내가 내 힘으로 서 있으려 할 때
예수님은 불편한 돌이었고,
“나는 못 산다”라고 무너졌을 때
그분은 나를 붙드는 돌이었다.


그래서 이번 명절,
나는 방향을 조금 바꿔보려 한다.


가족을 평가하러 가는 게 아니라,
설득하러 가는 게 아니라,
증명하러 가는 게 아니라,
남은 자를 찾으러 간다.


겉으로는 완악해 보여도
속으로는 무너져 있는 사람,
말은 세게 해도
밤에는 혼자 잠 못 이루는 사람.
하나님은 그 사람을
이미 알고 계신다.


그리고 내가
‘남은 자’로 서 있을 때
하나님이 만나게 하신다.


명절의 식탁은
끝난 자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자리는
하나님이 아직 포기하지 않은 자리일지 모른다.


나는 오늘
하나님께 따지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로 서고 싶다.


토기장이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토기장이의 손길을 믿는 진흙으로.


<오늘의 한 문장>
버려진 것 같았던 자리에도
하나님은 반드시 남은 자를 남기신다.
그리고
그 남은 자 안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오늘, 가장 큰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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