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오늘 출근길 전철에서 푸바오가 당근을 아무 맛있게 먹는 1분쯤 되는 영상을 뚫어지게 보고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아니. 판다가 당근 먹는걸 이렇게 진지하게 볼 일이야?' 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여름때 한창 살이 빠졌던 푸바오가 아주 맛깔나게 당근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기뻤다. 언제나 건강하게 사랑만 받고 살기를 기도하고는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판다이지만, 내가 애정을 쏟고 1년 넘게 매일 인스타와 유튜브를 보면서 사랑하게 된 우리 곰돌이들이 맛있게 먹고, 방사장에서 뛰어노는 모습들을 보면 그저 흐뭇하다.
요즘 내가 집중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성격이 팔자다'라고 친구랑 이야기 나누고, 나중에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는데. 성격이 결국 내가 무엇에 집중하는지에 대한 결과가 아닐까 싶더라.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반응은 다 다르니까. 20대 일기를 읽고 흠칫 놀랐던 것이, 그때는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표현을 쓰고 있었다. [나한테는 왜 맨날 이런 일이 일어날까. 짜증나 죽겠네] 30대에 쓴 일기를 보니, 일본에서 타지 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자, 정신승리를 하고 있었다. [지금 일어난 일이 결국은 잘 될거야. 잘되야만 해. 나는 운이 좋으니까] 이제 40대에 쓴 일기를 보니 [지금 일어난 일이 나중에 봤을때 좋은 결과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으니까, 우선은 오늘 해야할 일과 운동을 다녀오자] 라는 방향으로 바뀌어있었다. 살면서 느끼지만, 마음도 몸처럼 근력운동을 해줘야한다. 의식적으로 생각의 회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뻗어가게 해줘야 한다. 세상에 공짜로 되는 일은 없더라구요. 마음 근력을 키워야만 한다.
살면서 이벤트는 항시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것에 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결국 포인트이다. 이것은 왜 느꼈냐면, 10월에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사정이 겹쳐져서 개천절 다음날에 정해졌는데, 처음에는 분노와 앞으로 구직할 생각에 밤잠을 설치다가 주말쯤 되자 연말까지 어떻게 지낼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확신의 J. 일주일에 한번씩 올림픽공원에 와서 운동을 하고, 봉은사에서 불교수업을 듣고, 토익과 JPT 시험 점수를 갱신하고, 제주도, 강릉, 양양, 여수 국내 혼여행을 하고. 2개월 동안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다. 재충전을 위해 이런 기회가 찾아왔구나 라며 오늘도 정신승리.
20년에 한국에 다시 와서는 일본에서처럼 꾸준히 직장을 다닌 것이 아니라, 계획성 있게 자금을 모으거나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작고 소중한 잔고를 쪼개쪼개 쓰느라 예전에는 없던 절약정신과 합리성을 키울 수 있었다. 차후에 복부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거쳐야할 수련의 과정이었달까. 사주를 보면 52세부터 운이 대박이며, 62세에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72세 이후로는 곡식이 창고에 턱턱 쌓인댔단 말이다. 초년운은 별로였다고 들어서 마상이었지만서도... 여태까지 살아온 길이 다른 친구들보다는 천방지축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나쁜 일 겪거나 나쁜 사람을 만난 적도 없었다. 이정도면 살만한 인생이었다.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이래..)
2020년~2024년에 여러 일을 농축해서 겪으면서 결국 내린 결론은 [내가 무엇을 볼 것인지. 어디에 집중 할 것 인가] 내 인생 최대의 고비는 1999년~2001년이었는데, 지난 4년간이 기록을 갱신했었다. 겪을때는 힘들었지만, 이제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 그렇게 부딪히고 깨쳐야만 남은 40년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었겠다 싶다. 그래서, 요즘 내린 결론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인터넷에서도 부정적인 글은 아예 패스. 나와 다른 사람과 논쟁을 하지도 않는다. 원래부터 따지거나 싸우는 성격도 아니고, 악플보다 무서운 것은 무플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케어하고 싶은 것. 발전하고 싶은 것에 포커스를 두고 올 한해를 마무리 해 보려고 한다. 나도 인간이니 절로 욕이 나올때도 있지만, 그럴때는 마음을 가다듬고 반야심경을 외어보리라.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 고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마음에 걸림이 없어서 두려움이 없다.
마음에 걸림이 없어서 두려움이 없다는 저 부분이 너무 좋다.
마음에 걸림이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