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바디진 Oct 23. 2021

늦게 보다 ‘작게’ ‘바로’ 시작하라

소규모 창업의 정석

4년간 1인 기업을 운영해보니, 사업이란 작게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만 돌리다가는 창업 시기를 영영 놓쳐버릴  있다. 작더라도  빠르게 시작해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정된 자금으로 창업할 경우, 효율적인 비용 배분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필라테스 창업의 경우, 고가의 기구를 사는 것보다는 인테리어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고가의 기구로 운동을 한다고 골반의 무게중심을 더 잘 컨트롤하는 것도 아니고 살이 더 잘 빠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기구 욕심을 버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선생님’과 ‘쾌적한 환경’이다.


나는 체형교정을 빠르게 하는 강점을 살려서 회원님들의 수업 전후 체형을 비교하는 임상자료를 만들었다. 지금은 데이터가 꽤 쌓였다. 회원님들의 임상자료만이 객관적으로 나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규모가 작은 대신 실력과 품격 있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공간을 아늑하고 청결하게 꾸미는 데에도 무척 신경 썼다. 안락한 공간은 회원님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며 강사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만들어준다. 마케팅을 할 때 사진 속 공간이 깔끔하면 플러스 점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는 상황에 맞게 천천히


사업자등록과 동시에 나는 형편에 맞게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사업에 필요한 지출은 오로지 운동방에서 나오는 매출로만 감당하겠노라 다짐했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거나 대출받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성격상 무리하게 투자하면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구를 구매한 후, 통장에 약 500만 원이 남았다. 그간 수고한 나를 위해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SNS에 오픈 소식과 함께 이벤트 내용을 올렸다. 신규 회원님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어느 순간부터 거짓말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고객 한 분 한 분 등록을 할 때마다 나는 받은 수업료를 모두 수업에 필요한 물품 구매와 인테리어에 투자했다. 그렇게 서서히 구색을 맞추어 나갔다.


첫 레슨비로 구매한 것은 커튼이다. 기존에 달려있던 레이스 커튼은 오래되어 촌스럽고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볼 때마다 떼어내고 싶었다. 새로 산 순백색의 커튼이 바람에 찰랑찰랑 흔들리는 모습을 봤을 때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아직까지 그때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첫 매출로 장만한 것이어서 더욱 애정이 갔다.


그다음 집 내부와 필라테스 룸 사이에 버티컬을 달았다. 이전에는 회원님이 들어오는 길에 거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업 전에 매번 거실을 정리 정돈하는 것이 번거롭고, 집을 공개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버티컬을 달자 이전보다 훨씬 더 공간이 분리된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가정집이 아닌 필라테스 센터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벽면에 대형 거울을 하나씩 추가로 달았다. 공기 청정기도 구매하고 부족한 소도구들도 추가로 구매했다. 사업 2년 차에는 가장 바꾸고 싶었던 벽지와 조명을 모두 교체했다. 더 일찍이 바꾸고 싶었지만 워낙 작은 공간이라 견적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알아본 업체들마다 거절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업을 해주겠다는 업체를 찾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벽지와 조명을 모두 바꿀 수 있었다. 막판에는 비용을 줄여보겠다고 직접 페인트칠을 했는데 난생처음 해보는 페인트칠에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


바닥에 백색 러그도 깔았다. 로고도 직접 디자인해서 실내 간판을 달았다. 어느덧 초창기에 창고같이 낡고 어두웠던 필라테스 룸이 한결 밝고 산뜻한 전문 필라테스 스튜디오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마치 포도 알림장에 포도알 스티커를 모아 붙이는 어린이 마냥 열심히 일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인테리어와 소품들을 기호에 맞게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 남들처럼 처음부터 완벽하게 세팅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의 정신건강과 상황에 맞게 조금씩 완성해 나갔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다만, 시작했으면 완벽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현재 모습이다


이전 06화 500만 원으로 시작한 창업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대기업보다 필라테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