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몸이 말을 걸고 있었다

몸을 다시 느끼는 순간, 나는 다시 비로소 ‘나’가 된다

by 김두연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왔다.

발바닥은 바닥의 촉감을 느끼고, 코끝은 바람 속 공기를 알아챘다.

눈은 주변 장애물을 파악하고, 귀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를 잡아낸다.

이 모든 감각은 뇌로 모여 '어떻게 한 발을 내디딜지' 결정한다.
우리는 그렇게 한 걸음을 뗀다.


아니, 그렇게 한 걸음을 뗐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과정을 놓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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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는 이어폰으로 막혀있고, 눈은 휴대폰을 향해있다.

갈 곳만 향해 그저 움직일 뿐 발바닥의 촉감은 느끼지 않는다.

결국 뇌가 내리는 운동 명령에도 귀 기울이기 어렵다.

발을 헛딧지만 땅을 탓하며 다시 걷는다.


'내가 내 몸을 쓰고 있다'는 감각 없이.


그러다 문득 계단을 오르는데 무릎이 버거워진다.
손을 뻗는데 어깨가 굳어 있고, 숨을 들이쉬는데 가슴이 벌써 조여 있다.

그제야 알게 된다.
몸은 여전히 나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몸이 말하는 언어에 귀 기울여야 한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부터 변화하는 무게 중심, 관절의 텐션, 손발바닥이 닿는 촉감까지.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감각이 몸의 언어다.


그러면 나의 움직임은 더 이상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 아니라

내 몸과 대화하며 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방식이 된다.

나를 자각하는 일상 속의 움직임,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나를 회복해 간다.

명상이나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땅을 딛고 있는 발의 촉감을 느껴보자.
회복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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