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행교관이다.
제목은 학생이라면서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학생이었고 지금은 교관이다. 비행을 시작한 2017년, 내 마음은 드디어 조종석에 앉아 요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고 나는 그것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다행히도 그 글은 여전히 내 블로그에 남아있었고 나는 이곳에 새로운 둥지를 틀면서 그것들을 소개하고 싶다.
더 나아가 지금의 이야기도 풀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복잡한 일련의 과정속에서 나는 어느새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훗날 다시 이 글을 볼 때를 대비해서 흑역사로 남을 만큼의 글은 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다.
이하의 내용은 2018년 작성한 글이므로 지금과는 사뭇 다른 현실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예전에 일본어와 독일어를 배울 때 이런 소리를 들었다. 일본어는 웃으면서 시작하여 울면서 배우고, 독일어는 울면서 시작하여 웃으면서 배운다고. 그런 점에서 비행은 일본어와 같다. 일반 사람들은 아마 조종사가 알아야 할 지식이 여타 다른 ‘사짜’ 직업의 그것들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 할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앞에 조금 덧붙여야 비로소 저 말이 성립할 수 있다. 민간항공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이 산더미처럼 많은 것이고 자가용 조종사만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에선 길어야 1년, 해외에선 길어야 6개월이면 취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밖에 없는 나는 반쪽짜리 조종사나 마찬가지다.
웃으면서 첫 솔로 비행을 마치고, 웃으면서 자가용 면허를 취득했지만 그 뒤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계기한정 면장이라는 회초리와 다발비행기 면장이라는 혹독한 시련이었다. 물론 더 먼 뒤에는 승객을 수송하기까지의 필요한 모든 자격시험들이 칼날을 갈며 날 기다리고 있다.
내가 이 에세이를 지금부터 쓰는 것은 누군가에게 내 모습을 자랑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내가 이렇게나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시작되어 발전을 해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다짐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나의 이 경험이 누군가에겐 새로운 길에 대한 열망의 장작에 불을 붙여줄 소중한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학생이다. 나는 비행기를 조종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이다. 나는 학생 조종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