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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둘만 하는게 아니다

나와 부모님의 관계 되돌아 보기

by 보은 May 31. 2024

아래 이야기는 부모님에게 결혼을 승낙 받기 위한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봤던 생각들이다.


나는 28살까지 부모님과 '잘' 소통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을 계기로 돌아본 나와 부모님의 대화는 소통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고등학교 선택도 대학교와 전공 선택도 하물며 유학도 나 혼자 결정하고 합격하고 통보하는 식이었다. 물론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니 '저 여기에 넣을까 생각중 입니다(여기에 유학을 가고 싶어서 지원해볼 생각입니다 등등)' 정도는 먼저 부모님에게 말씀드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어떤 생각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부모님과 의논을 하거나 고민을 나눠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늘 내가 내린 결정에 응원과 지지를 주로 해주셨을 뿐, 안된다 저렇게 해라 하시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결정이 늘 부모님이 보시기에도 괜찮은 방향이어서 지지해 주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도 내가 선택한 사람과 둘이서 하는 거니 둘의 의견만 맞으면 괜찮을 줄 알았다. 나로서는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결심을 했으니 그만큼의 고민과 생각을 한 뒤였지만, 부모님은 아니였다. 부모님에게도 사위를 받아 들일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당차게 남자친구와 예비부부로서 청약을 넣겠다는 말이 부모님에게는 현실로 와닿지 않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청약의 예비 순번을 받아 운이 좋으면 입주를 하고,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말은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 반대로 내가 부모님의 입장이라 생각하고 보면 딸인 내가 참 미웠을 것 같다.(당시에는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무심하기 짝이 없다. 부모님이 결혼에 부정적인 말을 나에게 건네기까지 원인은 90%는 나한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다행이도(?)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그래서 편지를 썼다. 부모님에게 해 본 적 없던 내 학생 시절의 이야기와 그 때 내가 가지고 있던 감정들,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는게 어려웠다는 것,  그로 인해 부모님과 고민을 나누거나 의논을 하지 못했다는 점,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왜 남편과 결혼을 하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결혼을 하면 얼마의 자금으로 결혼식을 준비하고 전세집을 구할 계획까지. 내가 그 당시 가진 생각들을 빠짐 없이 적고 내 마음을 부모님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쓰는게 맞을지, 부모 자식간에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솔직하지 않으면 진심이 닿지 않을 것 같았고, 나도 이 기회를 통해 내가 인지 하지 못했던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쓴 글을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약속을 잡는데, 면접보다 더 긴장 됐던 순간이었다. 피하고 싶으면서도 어서 그 날이 와서 부모님과의 사이를 회복하고 싶었다. 디데이가 찾아왔고, 그 결과랄까 글을 보여드리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난 후 다행히도 부모님은 이해를 해주셨고, 그제서야 우리는 진정한 결혼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남들은 자연스럽고 물 흐르듯이 준비하는 것 같았던 결혼이 왜 나에게만 이토록 어려운지 원망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서 부모님과의 관계도 더 돈독해 지고  나 스스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와 같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슴 앓이를 하고 있는 예비부부가 있다면, 둘이 함께 헤쳐 나가면 극복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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