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 여행기 2

카이세키 정식과 이시야끼/이숙진

by 소봉 이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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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세키 정식과 이시야키



오가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최상층 8층에 있는 전망대 욕장 ‘만텐노유(万天の湯)’와 노천온천 ‘주카이노유’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한다. 룸메이트와 합의한 노천탕은 해수와 비슷한 염분을 함유하고 있고 수온이 57도나 된다.

몸은 짜릿짜릿할 정도로 뜨거우나 얼굴에는 시원한 눈이 내리니 금상첨화다. 눈 앞에 펼쳐진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눈이 내리네.”를 허밍으로 흥얼거리니 일행 모두 합창을 한다. 식사 시간까지 한 시간의 여유이므로 서둘러 만찬장으로 간다.

카이세키는 빈속을 달래기 위해 가볍게 먹는 식단을 의미한다는데, 1인용으로 아주 예쁘게 차려져 있다. 계란찜과 초밥, 활어회와 새우가 와사비와 함께 정갈하게 차려졌다. 사진부터 찍으면서 첫 번째는 눈으로 먹고 두 번째는 일본의 향신료를 흡입하며 코로 먹고 세 번째 되어서야 입으로 가져온다. 밑반찬으로 우엉 절임과 오이 절임은 내 입맛에는 좀 짜다. 훈제 단무지도 연한 편은 아니다. 계란찜에 버섯과 어묵이 들어있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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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화로는 귀히 대접받는 것 같아 마음에 쏙 든다. 샤부샤부처럼 야채와 표고와 어묵을 넣어서 끓이다가 소고기를 적셔서 먹는다. 어묵이라지만 실은 쌀로 만들어서 식감이 좀 거친데 아키타 전통 음식이라니 아름아름 망설이다 경험 삼아 먹어 준다.

소스는 찻잎을 식용으로 만들어서 뿌려 시각적으로 아주 예쁘다. 나의 드레싱 소스 베이스는 마요네즈와 발사믹 식초인데 한 가지 더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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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장 앞에는 이시야키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무대를 만드느라 부산하다. 생선을 넣은 전골 요리인데, 뜨거운 돌을 넣어 국물을 단시간 내에 끓인 후 된장을 풀어 간을 맞추는 요리법이다.

50대로 보이는 남성 요리사가 시범을 보인다. 우리는 앞에 나가서 직접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으며 요리 과정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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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끓은 후 도우미가 일일이 한 보시기씩 퍼서 나눈다. 그녀는 꼭 앞에 와서 꿇어앉아 두 손으로 그릇을 내민다. 좀 민망하기도 하지만 오사바사한 그녀의 태도가 기분 나쁘지는 않다. 생선이 도미라는데 아주 쫄깃하고 연하다.

이시야키 뽀얀 국물을 후후 불면서 땀을 뻑뻑 흘려가며 보약 마시듯이 말끔하게 그릇을 비운다. 속이 편안해진다. 성질 급한 어떤 일행들은 서비스를 다 받지 않은 채로 벌써 만찬장을 빠져나간다. 밥을 느리게 먹는 나는 언제나 꼴찌다. 우리 팀은 후식으로 나온 차를 음미하며 느긋하게 얘기꽃을 피운다.

저녁 일정이 효소 목욕인데,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15분씩이다. 별도 요금이라 희망자에 한해서다. 룸메이트와 나는 9시에 배정이 되었다. 방에 와 보니 저녁 먹는 동안 호텔 직원이 들어와서 이불을 깔아놓고 찻물을 끓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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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며 카이세키 정식과 이시야키에 대해 한참 평을 늘어놓다가 유카타를 펄럭이며 효소 목욕장으로 내려간다. 호텔 내에 다닐 때는 유카타가 참으로 편하다.

효소는 노송나무의 톱밥과 약초와 야생초를 혼합하여 발효시킨 향기롭고 통통한 가루로 온도는 50~70도로 오른단다. 이 자연의 은혜라고도 할 수 있는 발효열만을 이용한 건식 온욕법이 ‘효소 목욕’이다.

여기에서 패션은 머리에 쓰는 비닐 캡 하나다. 살갑기가 평양 나막신 같은 아가씨가 삽으로 누울 만큼 자리를 만들어 주면 얼쯤하게 섰던 우리가 쏙 들어간다. 얼굴만 내놓고 전신을 효소로 덮어준다.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도니 온천욕과는 또 다르게 척추와 오장육부가 이완되는 느낌이니 상그레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효소의 열은 신체의 응어리까지 몽땅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체내의 독소와 염분을 땀과 함께 몰아내고 질병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찜질방에 길든 우리에게는 좀 더 뜨거웠으면 하는 바람이고 시간도 15분은 너무 짧다. 더 하고 싶다고 했더니 오래 하면 무리가 온다고 5분만 더 허락한다. 일본 관광지는 팁 문화가 없어서 편하다. 여기는 개인 사물함이 없고 바구니에 옷을 담아놓는 문화라 지갑을 들고 오면 번거로울 일인데 잘된 일이다. 거기다가 방마다 금고가 있어서 귀중품을 간수해주니 참으로 자유롭다.

새로운 문화에 설렘을 동반하는 게 여행의 참 맛이다. 효소 목욕을 즐기고 돌아온 다다미 위의 수다는 포근하고 정겨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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