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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Dec 06. 2022

며느리의 김장김치


   주말에 아들네가 김장했단다. 어머니 몫으로 따로 담았으니 갖고 오겠다고 한다.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한 감정의 회로가 전광석화처럼 지나간다. 사돈이 모두 두레를 하시고  저 들은 거들 뿐, 할 줄도 모르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 마음은 한없이 예쁘지만, 사돈께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른다. 아기들 키워주시는 것만도 백골난망인데, 신세를 지다니 면구스럽고 부끄럽다. 며느리도 투잡을 뛰니 힘들 텐데 시어미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회사에 나가랴 대학에 출강하랴, 외국 출장 갈 시간을 쪼개 쓰면서 며느리 노릇 하겠다는 그 의지가 놀랍고, 가상하다. 

  처음에는 극구 손사래 치며 사양했으나 소용없다. 김치 두 통에다 굴을 잔뜩 집어넣은 겉절이까지 받아서 들고 보니, 나는 참 며느리 복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 사는 언니에게 좀 나눠주고 겉절이 속이 많아 무 한 개 씻어서 섞박지로 만들었다. 부자 된 기분이라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올겨울이 든든하다. 



  명절 때마다 전을 부쳐오고 갈비찜을 해오니 옆에 언니가 엄청나게 부러워한다. 거기다 김장까지 해 왔다고 하기가 조심스러워 망설이는데, 마침 심심하다고 전화가 왔길래  우리 집으로 오라고 자연스레 초대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릴 때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갓 버무린 김치를 좋아해서 김치를 밥에다 척척 걸쳐서 맛있게 먹었다. 저녁에는 가지를 가루 묻히고 계란 입혀 전을 부치니 맛이 압권이다. 소스를 참치액에다 감식초를 섞으니 맛이 깊다. 가지가 좋다고 해서 늘 양파와 볶아서 먹었는데, 전을 부친 맛이 월등하다. 며느리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지니 김치 맛도 가지전도 더 맛있게 느껴진다.



    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맛있는 김치 잘 먹을게. 올겨울이 든든하구나. 부자 된 것 같다. 시간 많은 내가 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늘 마음뿐이다. 사돈께서 수고 많이 하셨을 듯 송구스럽구나. 염치없지만, 잘 먹겠다고 인사 드려다오. 난 참 며느리 복이 많구나.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고맙다. 우리 끝까지 알콩달콩 살면서 아기들 잘 키워 보자. 아기들 마음의 근육을 잘 길러줘야지. 아침에 김치만 해서 밥 먹었다. 시원하고 간이 딱 맞다."


  "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하고 답이 왔다. 


  이번 겨울은 김치 먹을 때마다 기분이 업 될 것 같다. 몸속 유산균과 마음의 비타민까지 일석이조의 김치가 나의 건강을 지켜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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