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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Dec 09. 2022

내 집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고 있다


내 집에 마리앙투아네트가 살고 있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어라."라고 했다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버젓이 내 집에 살고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유치원 다니는 손녀가 내 집 거실에서 놀다가 대뜸 한다는 소리가 "TV가 왜 이렇게 작아요?"하고 묻는다. 아이들은 거짓말은 못 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거니까 순간 놀랍다. 일 년 전 일도 생각 안 나는 나이이긴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가 소환된다. 실은 우리 집 TV는 55인치고 저들은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하면서 98인친가 90인친가 뭐 대단히 큰 TV를 샀다. 그게 겨우 일 년 전이다. 입주 전에는 저 들도 우리거나 비슷한 크기였을 텐데,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삼촌 집에 가도 저 들것과 비슷하니 TV는 다 그렇게 큰 것인 줄 알다가 문득 우리 걸 보고 이상하다고 물어보는 거다. 나는 내 집 TV가 작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내 집에도 마리 앙투아네트가 있네."하고 한바탕 웃었다. 대표 서민 한낱 갑남을녀인 내 집에도 저런 앙투아네트가 있으니, 아이들 교육에 좀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대국 10위권에 든다고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건 좀 염려스럽다. 젊은 것들이 차를 자주 바꾸는 건 이해해 주지만, 나는 13년째 한 차만 타고 있다. 엄마 차 바꿔준다고 성화지만, 손사래 친다.  아직 말짱하다. 세차해 놓으면 새 차 같다. 뭐든 쓰던 물건 잘 버리지 않는 성격이라 발전지향적이지 않다. 쉽게 말해서 구식이다. 하지만, 나는 내 손에 길들여진 게 좋다. 남의 눈을 의식할 세대는 아니니까.


   저 어린 것을 달동네도 데리고 가 보고 무료급식소에도 데리고 가 봐야겠다.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나이니 많은 경험을 하도록 이끌어주고 마음의 근육을 키워줘야겠다.


   TV가 손바닥만한 것도 있다는 걸 알게 해 줘야 한다는 의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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