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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Dec 16. 2022

바다열차를 타고 해파랑길 33코스 추암해변을 거닐다

일기예보는 전국적으로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져 한파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행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강릉역에 내려 추암역까지 가는 바다열차를 탔다.

해파랑길 33코스 추암해변 일출을 보기 위한 여행이다. 물론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왔지만, 바다열차 표 사는 곳이 있어서 한 컷 찍었다. 인터넷 강국답게 예매하면 좌석까지 배정되어 바로 플랫폼으로 내려가면 되니 참으로 편리하다.


특실 1실과 2실이 있고 가족석(4인1석) 6석이 있고, 프로포즈(2인 1실)3실이 있고 일반실은 4호차로 42석이다. 우리는 4호차로 맨 앞쪽 일렬에 앉으니 탁 터진 시야에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원 없이 볼 수 있다. 흡사 가을 김장 동치미 한 사발 마신 듯 시원하고 얼린 사이다 한 잔 들이켠 듯 알싸하다. 한 시간 십 분을 천천히 달려 바다를 맘껏 만끽하도록 배려한다. 바다 열차를 탄 소감 발표를 문자로 받아 당선된 글은 메인 화면에 띄워서 추억쌓기를 도와 준다. 또 퀴즈시간에는 당첨 상품도 있다.

바다 사진도 많이 찍었으나 유리창을 통한 바다색은 흐려서 그닥 재미가 없다.



추암 팬션에 짐을 풀고 일대를 산책한다. 서울과 남쪽지방에는 눈이 많이 온다는데 동해시에는 날씨가 너무 좋다. 그렇게 춥지도 않고 걷기 딱 좋은 날씨다. 우리 일행은 전생에 모두 나라를 구했는지 날씨마저 도와준다. 그러나, 명색이 바닷가인데 생선도 없고 해물도 없고 건어물 가게만 있다. 기대하던 꽃게랑 문어랑 낙지랑 홍게랑 키조개 넣고 해물탕 만들어 먹겠다던 야무진 꿈은 내일로 미룰 수밖에 없다. 킹크랩 그림이 커다랗게 박힌 멋진 건물로 고민없이 들어 가는 날은 언제일까. 가지고 온 육개장과 김치와 밑반찬으로 저녁 해결하고 해물탕 대신 수다탕으로 밤은 깊어간다.



일출 시간이 일곱시 반이라 하여 십오분에 숙소를 나섰다. 추암 해변까지 오 분도 안 걸린다. 벙거지 털모자를 쓰고 그 위에 등산 점퍼에서 분리해 온 후드를 눌러써서 귀까지 동여매고 운동화끈을 조였다. 도착하자마자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가슴이 소용돌이치면서 이 우주만물의 경이로움에 숙연해진다.


  


해파랑길 33코스 패널이 보인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총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걷기 여행길로,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 길'을 의미한다.



웅장한 기암괴석을 따라 그 유명짜한 촛대바위를 찾아 올라간다.  바다물이 옥색이다. 다른 표현은 비췻빛이다.


 촛대바위는 바다에서 솟은 형상의 기암괴석으로 모양이 촛대와 같아 촛대바위라고 불린다.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으로 우리나라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해돋이 명소이기도 하다.


 



(형제바위)


정상에 올라서니 '능파대'라는 정자가 있다. 올라가 보고 싶으나 신발을 벗고 오르라고 써 있어서 포기했다. 새벽이라 날씨가 꽤나 쌀쌀하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해를 받는 정자가 축복받은 듯 환하다.



내려오는 길에 해암정을 만났다. 문이 열려 있기에 들여다 봤더니, 그냥 평범한 마루 한 칸이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3호로, 고려 공민왕 10년 삼척심씨의 시조인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제자를 가르치며 생활할 때 건립한 정자라고 한다.



바다로 흘러드는 개천이 있는데 다리 아래 왜가리와 청둥오리가 여럿 살고 있다. 역시 왜가리는 맵시에 신경을 쓰는지 제 모습을 물에 비춰보면서 물그림자를 만든다.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라 얼른 앵글을 맞춘다. 청둥오리는 작은 물고기가 있는지 주둥이를 박고 먹이를 포획한다.



나온 김에 출렁다리를 가 보자는 의견이 있으나, 일행 한 분이 춥다고 이불 속에서 안 나왔으므로 같이 가야한다는 배려 차원에서 그냥 숙소로 향했다. 결국 늦은 아침을 먹고 어영부영하다 보니 열 시가 훌쩍 넘는다. 관리실 안내에 의하면 11시 묵호 등대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바로 앞에 있다고 한다. 결국 출렁다리를 포기하고 짐을 챙겨 11시 묵호 등대를 향한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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