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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Dec 17. 2022

해파랑길 34코스 묵호등대와 바람의 언덕과 논골담길

추암역에서 탄 시내버스는 쏜살같이 달려 묵호등대에 도착한다. 택시를 타려다가 지역 정보를 입수하고 저렴하고 편안하게 잘 이동했다. 묵호등대 전망대에 올라서 사방 팔방 내려다보며 가슴을 열었다.

드넓은 동해 바다와 아름다운 동해시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감동이다. 지금의 등대는 2006년에 개축된 것이지만, 이전에 그 자리에 서있던 묵호등대는 남자는 지게로, 여자는 대야로 자갈과 모래, 시멘트를 담아 날라서 준공한 것이란다. 물론 6월 꽁치철과 8월 오징어철 사이, 하루에 보리쌀이나 밀가루 한 되 정도의 품삯을 받는 아르바이트였다고 한다.



논골담길의 가장 꼭대기의 묵호등대와 중턱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논골 주민들과 여행객들의 쉼터가 되어 준다.  운치있는 논골 카페에 앉아서 바다를 즐기며 커피 한 잔 하고 싶으나, 일행 중 카페인에 취약한 분들이 계셔서 반쯤 열린 입을 닫았다. 여행의 제 1의 덕목은 '배려'일 것이니 아는 게 병이라고 번번이 말을 삼키게 된다.



1970년대 호황기를 누렸던 묵호항의 역사와 어촌마을의 이야기가 논골담길 곳곳에 벽화로 남아 있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 등대오름길을 지나 논골 1,2,3길을 따라 내려오며 여러가지 벽화를 보는 설렘이 재미지다. 사춘기 소녀가 된 기분으로 좁은 길을 걸어내려온다. 묵호의 옛이야기를 담고 있는 추억의 골목이며 묵호의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골목이다.




수산 시장에서 회를 뜨고 매운탕 재료를 사서 택시를 타고 예약한 '동해를 그리다'란 펜션에 도착했다.


예약한 302호 문을 열자마자 일제히 환호성이 터진다. 유레카!!! 바로 창문 넘어 바다가 펼쳐지지 않았는가. 침대 이불도 호텔 못지 않게 깨끗하고 벽지도 흰색으로 깔끔하다. 들어오자마자 하룻밤 더 묵자고 야단들이다. 리더 언니는 관리실에 내려가 내일 방을 예약하고 돌아왔다. 결국에는 여차저차해서 내일 건은 다시 해약하고 환불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럿이 하는 일이라 불특정 누구라도 양보가 필요한 상태라 어쩔 수 없다.

계단 벽 곳곳에 아래와 같은 정서적인 글이 써져 있다. 여행객을 배려하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씀이다. 우리는 하염없이 창가에 앉아 바다멍을 때리며 다이돌핀을 생성해 낸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아침에 눈을 뜨자 우리는 또다시 환호성을 지른다. 바다와 하늘이 서서이 붉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창가 침대에 걸터앉아 일출 멍에 돌입한다. 사진 찍느라 창문을 여니 햇님보다 바람님이 먼저 뛰어 든다. 창문을 닫고 찍어보니 이상한 색이 나온다.



11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 앞에 나온 아쉬움은 형언할 수 없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아쉬움에 다시 바다를 담아본다.



묵호역에 도착하여 짐을 보관하고 근처 '연필뮤지엄'을 방문했다. 국내 최초의 연필 박물관.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3,000여종의 다양한 연필과 여러 작가들이 만들어 낸 창작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한다.  


입장료가 7,000원이라니 뜨악하다. 우리는 주위 독서 공원을 산책하고 맨발운동 공원을 산책하기로 합의한다.


우리는 동해 중앙시장을 돌아보며 구경하고 간식거리를 사들고 묵호역으로 돌아왔다. 상경행 KTX는 완전 눈꽃 열차다. 강원도 동해시만 눈이 안 온 듯하다. 우리는 과연 행운의 여신일까. 창밖은 눈이 펄펄 내리고 온 천지가 눈으로 덮혀있다. 창가에 앉아 눈꽃열차를 만끽한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지금 행복한데, 빙판길 걱정은 않기로 한다. 누가 대신 가 주지도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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