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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Sep 16. 2023

전국 유교문화 학술대회를 다녀와서




  ‘원수로다. 유교가 원수로다.

혹시나 만날까 기다리다 칠십 당도하여 서린 설화 적어놓고 가니 잘 살피시소 …….'

  어머니께서 한국전쟁 후 행방불명된 아버지께 써 둔 편지 첫 문장이다. 서른 갓 지난 청상(靑孀)으로 전후 굴곡진 세월을 살아 낸 소용돌이를 압축한 표현일까. 그리움과 원망을 치환한 반어법일까.

   핏빛같은 그 글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고 코끝이 시큰했다.


  그 첫 문장이 뇌리에 콕 박혀 눈앞을 흐리게 하는 가운데, 오늘 사단법인 박약회(博約會)에서 개최하는 전국 유교문화 학술대회에 참가하려고 운동화 끈을 다시 맨다.



  식전 행사로 서예 퍼포먼스와 창, 난타, 섹소폰 연주가 흥을 돋운다.

 

  다음으로 효행상 시상, 공로패및 선임장 수여가 이어진다. 시어머니의 중풍을 40년간  간호한 효부상이다. 영주지회 회원이시다. 마음이 고우니 얼굴도 고우시다. 저 상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지 가슴 시린 존경으로 짠하다.

 

 

의식 행사로 사단법인 박약회 이용태 회장님의 대회사가 이어진다.

  


   이용태 회장님의 대회사에서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들어선 우리나라 행복지수가 세계 70위라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카오스 시대다. 교육 현장이 붕괴하고 정치인의 노인 폄하가 극에 달했다. 네 편 내 편 나뉘어 내로남불의 유치한 꼴을 보이는 정치판이 가관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교통 신호를 잘 지키고, 인사를 잘하는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반장 선거를 하며, 다수결의 법칙을 가르친다. 그러나 뉴스만 틀면 사회 지도층이 다투는 장면이 나온다. 다수결로 뽑은 승자를 인정하지 않고, 툭하면 알밤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탄핵’을 외치는 소리다. 다수결의 법칙은 사라지고, 어느덧 자기 편의 거수기로 변해 있다. 묻지마 난동이 세상을 불안하게 하는 이유도 첫째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되는 마당에 유교 학술 대회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것은 대단한 애국이요 애민이다.

   대회사를 들으며, 국민들의 인성 교육에 애쓰는 저런 분이 몇 분만 더 계셔도 살기 좋은 나라 모범적인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용태 회장님 인생학의 중요한 원리는 ‘항상 행복(恒常 幸福)과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직역하면,  ’항상 행복하다“라고 생각하고,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자’이다.

  옳거니! 오늘부터 당장 실천에 옮기기로 한다.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지하철과 국립 공원 등 경로 할인이 어디든 이루어지는 노인 천국이니 행복하다. 지금 당장 이런 건전한 행사에 같이 참가 할 벗과 건강이 있어서 행복하고,  풍기 인견 스카프를 선물 받아서 행복하고, 영주의 특산물인 한우와 사과가 맛있어서 행복하다. 생각해 보니 행복한 일을 꼽자니 열 손가락이 부족하다. 노란꽃이 흐드러진 꽃밭 벤치에 앉아 '나는 행복합니다' 라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언젠가 어느 음악 오디션 프로에서 우승했던 태진 부자가 나와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부르는데, 가수보다 그 아버지의 저음이 얼마나 깊고 멋있는지 울컥했다. 나에게도 저런 아버지가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에서랄까….

  하지만, 이제 생각을 고쳐먹기로 한다. 가당찮은 일에 욕심 부리지 말고 ‘저런 멋진 사람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로 마음을 바꿨다. 문득 숙소인 한국국학진흥원 뜰에 아기똥하게 서 있던 계수나무 한그루가 생각난다. 동요로 유명한 푸른 하늘 은하수도 토끼도 없는 곳에 돛대도 삿대도 없이 내밀하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서 내게 행복을 전하던 나무다. 그래, 인생 뭐 있어? 이 귀한 나무 한 그루도 유교 학술대회의 보람을 플러스 알파가 되게 하는데~~~.


계수나무(한국 국학진흥원 뜰)



   이번 박약회 참석에서 얻은 마음의 근육이 쏠쏠하다.

   앞으로 역지사지와 항상 행복 운동에 동참하여 인성교육에 부합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이번 학회 중 영주 선비마을과 무섬 마을을 돌아보며, 반촌의 격식과 정취를 맛볼 수 있어서 식은 커피보다 달달하고 보람차다.

   다음 회기가 또 솔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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