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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May 01. 2024

중국 회안 조운박물관 주변 공원

(사단법인 박약회 역사탐방단)


   회안(淮安) 조운박물관에서 한 시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냥 나무 아래서 다리 쉼을 하는 부류도 있으나, 룸메이트 선배와 필자는 주변 공원을 산책하기로 의기투합한다. 햇볕이 쨍하지도 않고 바람이 상쾌하여 쾌적한 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입구에 쉼터 형식인 정자를 발견하고 들어가 본다. 공원마다 쉼터는 잘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쉼터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영업집이나 어느 건물이든 붉은 등을 달아놓은 곳이 많다. 처음에는 불교 연등인 줄 알았더니, 그냥 장식으로 달아놓는 것 같다.


운하를 끼고 걷는 둔덕에는 철쭉이 제 철을 맞아 소곳소곳 피어난다. 둔덕 밑을 보니 윤기 반질한 초록 창포에 보랏빛 꽃이 막 피어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창포라 선배는 물밑까지 내려가 카메라에 담느라 위험을 감수한다. 보라에 유난히 꽂히는 필자는 앵글을 줌인한다. 창포꽃은 언제 봐도 보라색이 곱고 깨끗하다. 물이 자박한 곳에서 자라니 수분이 충만해서 그런지 색감이 더 자지러지는 것 같다. 이렇게 예쁠 수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보라에 젖어든다.

호수 기슭까지 내려간 선배를 말려서 겨우 철쭉 동산으로 나오게 했다. 우리에겐 줌인 기능이 있는데 굳이 아래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꽃 따라 발길이 움직이는 소녀 할미를 누가 막을쏘냐. 창포꽃을 마구마구 찍어대고 흡족한 웃음을 날리며 올라오는 만년 소녀의 볼은 철쭉보다 더 붉다.



   철쭉동산을 나와 길을 걷는데 도로석이 깨지고 부서지고 튀어나온 것이 많다. 잘못하다가는 걸려서 넘어지기 십상이다. 한국에서는 누가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구청장과 시장 사퇴하라고 머리끈을 동여매고 주먹질이 솟구칠 텐데 여기는 당연하다는 듯, 가는 곳마다 돌부리에 걷어차이는 곳이 많다. 공원 안을 쑥 들어가서 보니, 이 지방의 역사적 인물 칠 인이 양각된 벽화가 돋보인다. 세계사 지식이 얕아서 누가 누군지 설명을 못하니 안타깝다.


  

    공원 끝까지 갔다가 돌아 나오며, 이색적인 건물에 앵글을 맞춘다



도로 가장자리 벤치가 아주 낮게 만들어져 있다. 중국 사람들이 유난히 다리가 짧은 것도 아닐 텐데 고개가 갸웃해진다. 너무 낮게 만들어진 데다가 하수 흐르는 도랑이 있어 더욱 불편해 보인다. 설계자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설치 미술 조형물도 보인다.

  한 시간 동안 공원을 산책하며 중국 문화를 엿보는 시간이었다. 그다지 화려한 공원은 아니지만, 호수 주변이라 공기는 좋아 주민 산책 코스로는 쓸만하다. 한국이라면, 맥문동이 파랗게 키를 키우고 있을 자리에 잔디가 듬성듬성해서 보기 흉하다. 난징대학살 기념관 옆에서 본 소래풀을 베이스로 깔았으면, 멋질 것 같다. 공원 관리는 한국이 으뜸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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