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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에서 스트리밍까지, 케데헌이 만든 기적

by 소봉 이숙진

설화에서 스트리밍까지, 케데헌이 만든 기적




2025년 여름, 전 세계의 스트리밍 플랫폼을 뒤흔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있다. 줄여서 『케데헌』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오래된 설화를 모티브로 탄생한 이 작품은 디지털 시대에 다시 살아난 신화다. 케이팝의 리듬, 한국어의 울림,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서사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개 직후 『케데헌』은 넷플릭스 영화 부문에서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의 글로벌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SBS와 KBS 등 주요 방송사는 이 현상을 집중 조명했고, 미국 보수 언론인 FOX 뉴스까지 이 작품을 언급하며 그 영향력을 인정했다. 특히 미국, 유럽, 중남미 등지에서의 반응은 놀라웠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국의 역사적 배경과 설화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실제로 한국사를 공부하는 열풍까지 일어났다.

‘『케데헌』 덕분에 조선 시대에 대해 알게 됐다. ’는 글이 넘쳐나고, 유튜브에는 한국어 대사를 따라 하는 떼창 영상이 줄을 잇는다. 팬들은 작품 속 인물의 대사와 감정을 분석하며, 한국어의 뉘앙스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선 문화적 교류의 장이라 할 수 있다.

OST 「골든」은 빌보드차트에 진입하며, K-POP의 위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OST 가사는 전 세계 팬들이 따라 부르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고, 한국어 가사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고, 작품의 정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 요소였다. 지역 출신 작곡가와 성우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우리 지역의 문화적 역량이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특히 뉴저지나 캘리포니아 출신 한국계 미국인도 참여해서 케이팝과 미국 음악 스타일을 절묘하게 결합한 사운드는 전통과 현대가 빚어낸 앙상블의 조화로움이다.

『케데헌』의 성공은 단순한 흥행을 넘어 한국 콘텐츠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의 진화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자막을 통해 전달되던 감정이 이제는 언어와 음악 이미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 작품은 한국의 정체성과 세계적 감각이 만난 지점에서 탄생한 하나의 현상이다. 영화 속 전통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가 인기를 끌자, 굿즈를 사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새벽부터 줄을 서고 품절 현상이 펼쳐진다. 감독 매기 강이 민화 호작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해학적인 표정으로 탄생시킨 캐릭터다. 노래만 따라 부르던 팬심이 이젠 입고 다닌다. 같은 티셔츠 입은 사람 만나면, 그 순간이 바로 팬 미팅이다. 이 작품에 나왔던 장소마다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북촌 한옥 마을, 낙산 공원, 올림픽 주 경기장, 청계천과 광화문, 남산 타워, 명동거리 등 야경 명소와 K-POP 성지를 찾아 영화 속 배경을 체감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농심은 넷플릭스와 협업해 루미, 미라, 조이, 사자 보이즈 등 『케데헌』 캐릭터의 얼굴이 들어간 제품의 라면을 한정 출시했다. K-POP 다음은 K-FOOD가 뒷받침해 준다.

각 지역에서 시작된 문화가 세계를 감동하게 만드는 시대, 우리는 그 중심에 서 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세계에 전하고 싶은가?” 이 질문은 단지 창작자에게만 던져지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문화인, 교육자, 예술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신화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미래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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