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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상회 캠핑

by 소봉 이숙진

우리 가족은 용인공원에 성묘 갔다가 모현상회 캠핑장에서 고기 구워 먹기로 했다.

재미있겠다고 기대에 들떠서 모두 좋아한다.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가는 길이 벌써 오색단풍으로 왁자지껄하다.

입구 풍경이 좋아서 한 컷 찍으니 사장님이 나와서 만면에 웃음을 띠며 반긴다.



참 친절한 곳이구나 생각하며 로비에 들어서니 각종 캠핑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

예약 장소로 가니 4인용 보다 두 배나 되는 큰 텐트가 설치되어 있고 12인용 식탁이 마련되어 있다. 직원이 활활 타오르는 빨간 숯불을 넣어준다. 가슴은 벌써 캠핑 바람으로 부플고, 눈으로는 레어냐 미디엄이냐 웰던이냐로 뒤집고 제치기 바쁘다. 우선 고기부터 골라잡고, 항정살파, 삼겹살파, 차돌박이파가 분주하다. 여성들은 개인별 테이블 세팅을 즐긴다. 참기름, 고추냉이, 초고추장, 파절임, 양파절임, 상추 깻잎 등등이 "저를 간택해 주세요" 하며 차렷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직원이 '해피 버스데이' 현수막까지 걸어 준다. 참 친절한 영업장이다. 번창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이들은 고기를 실컷 먹어서 배부르다면서도 노란 양은 냄비와 라면을 가져와 끓이고 있다. 아마도 끓이는 재미를 더 느끼고 싶은 것 같다. 볶음밥 해 먹자고 햇반을 두 개 데워 왔지만,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서 환영받지 못했다. 성묘 때 썼던 떡과 전도 굽고, 버섯과 소시지도 구워서 아주 알찬 식사가 되었다. 참기름으로 배추전을 데우니 일품이다. 가족 모두 즐거워하며 다음에 또 오자고 손가락을 건다.

아들 생일 축하 촛불도 켜 주고, 손녀 예고 합격 축하 촛불도 켜 주며 소리 높여 합창을 해도 주위에 구애받지 않는다. 아이들 정서 함양에 기여할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사장님이 생일 맞은 본인에게 쿠폰을 주면서, 맥주와 소주 마음껏 마시라고 한다. 나는 '소맥' 하니까 "워어!" 일제히 영탄사가 나온다. 필자가 늘 맹자왈 공자왈 해서 술도 한 잔 못하는 꼰대인 줄 알았나 보다. 선입견은 깨지라고 있는 법! 나의 주량은 소주 두 잔이다. 사실은 두 잔 이상 마셔 본 적이 없으니까 정확한 주량은 모른다. 하지만, 운전자 두 명은 술을 못 마시니 각 한 병씩만 해도 충분하다. 역시 서비스는 기분 좋은 법!


우리는 여기까지 왔으니, 호암미술관에 가자고 만장일치로 찬성이 나와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어선다.

다음에 또 오리라고 명함 하나 챙기니, 사장님이 옛날 유년에 먹던 알록달록한 눈깔사탕을 한 주먹 건넨다. 추억의 주전부리지만, 선뜻 입에 넣기는 너무 굵기도 하고 너무 달 것 같아 주머니에 넣고 만다. 외투 주머니는 사장님의 친절과 정성과 굵은 사탕의 부피로 인해 울룩불룩해졌으나, 기분은 상쾌하고 신선하다.




사장님의 자상한 배웅을 받으며,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눈부신 하늘아래 단풍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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