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과 인공지능의 윤리적 성찰

by 소봉 이숙진


퇴계학진흥회 제13기 정기총회와 3월 정기포럼에 참석했다. 총회 1부가 끝나고 2부로 이어진 초청 강연은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였던 역사학자 백승종 교수의 **「유학과 인공지능 – 대전환과 인간의 길」**이었다.


“왜 지금 유학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강연은 곧장 마음을 흔들었다. 성리학적 존재론과 데이터 너머의 존엄, 유학적 전통의 근대적 재발견,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와 전통의 재해석. 결국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움을 창조하는 지혜가 주제의 중심이었다.


교수는 AI에 대해 두 가지 단언을 했다.

첫째, 거짓말을 잘한다.

둘째, 아첨을 잘한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AI의 거짓말은 사실 인간의 불친절한 입력에서 비롯된다. 이름 석 자만 던져놓고 “나를 알아달라”는 요구는 친절하지 않다. AI는 통계치로 말할 뿐이고, 인간이 세분화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결과는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거짓말은 AI의 탓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다.


아첨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이 관계의 윤리를 중시하고, 타인에게 지나치게 냉정 하지 않는 태도가 데이터 속에 반영된 것일 뿐이다. AI는 그 패턴을 모방하며 존엄을 지키려 한다. 이는 곧 유학적 **{敬}**의 사유와 맞닿아 있다.


{敬}은 디지털 시대의 정신적 토대이다. 정보 과잉과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의 주체성을 약화하고 마음을 흩뜨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마음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 무비판 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술의 구조와 한계를 성찰하며 디지털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敬}이란 사상의 현대적 의미다.


서양의 기사도 정신이 시민 윤리의 모태가 되었듯, 조선의 선비 정신은 성리학적 수양을 바탕으로 도덕적 주체성과 자기 절제, 책임을 강조했다. 동서양의 도덕적 이상은 문명의 우열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구조 속에서 인간의 도덕적 이상형을 보여주는 두 거울이다.


만찬 자리에서 결론은 분명했다. AI의 거짓말은 결국 인간의 잘못에서 비롯된다. 이름을 검색했을 때 동명이인의 저작물이 모두 뜨는 현상을 ‘거짓’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것은 단지 불충분한 입력으로 인한 결과일 뿐이다.

퇴진회정기총회.jpg


작가의 이전글 봄동 겉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