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극적인 하룻밤'을 관람하고

대학로에서 연극 관람

by 소봉 이숙진



극적인 하룻밤을 관람하고


달달하고 솔깃하다. 아찔하고 짜릿하다. 까칠하고 발칙하다. 능청스러운 연기가 너무 리얼하다. 젊은 커플들로 만석을 이룬 틈바구니에서 연식이 좀 오래된 필자는 몸 둘 바를 몰라 황당하다.

청학동 훈장님이 “예끼 이놈!” 하고도 남을 찰진 욕설이 붕붕 무대를 떠돈다. 언제부터 이런 쌍시옷 욕이 보편타당한 세상이 되었는지 격세지감이 든다.

어느 시절 같았으면 공연심사에 걸려 문도 못 열어볼 만큼 야시시한 연애 소동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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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해 줘, 서서 해 줘”

“넣어 줘, 넣어 줘”

“뒤에서 해 줘, 뒤에서 해 줘”

남녀상열지사를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낯 뜨거운 연기에 모두 폭소를 터트린다. 너무 야해서 민망할 수 있는 부분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고 치자. 아니, 그럼 이 이십 대 커플들이 이게 무슨 퍼포먼스인지 다 알고 있다는 말이지. 하여간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아니라 조물주 위에 동영상 시대라니. 사랑도 이별도 실패한 연애 루저들을 위한 교과서쯤으로 간주해도 될 성싶다.

이 극의 원작은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당선작이다. 연애 부분 아니라도 공감 부분이 많아서 극 중 계속 웃음이 터지는 걸 보면 일단 성공이다.

남녀 주인공이 각자 자기 애인이었던 상대의 결혼식에 왔다가 만나는 설정부터 아찔하다.

실연과 배신의 허한 마음을 달래는 방법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말처럼 극한 상황으로 짜릿하게 연출했다. 몇 달에 걸쳐 만석을 이루는 걸 봐서라도 이 시대에 딱 맞는 발상이다.

필자가 관람한 시간은 오후 5시라 직장인은 아닐 거고 거의 학생 커플일 테니, 이 연극이 끝나고 이차를 어디로 갈지 까칠하고 발칙한 생각이 고개를 든다. 다만, 어설픈 사랑에 울고 웃는 여린 가슴들 상처를 깨끗이 씻고 가길 바랄 뿐이다.

몸 주고 마음 주고 전세금까지 다 주고 배신당한 여주인공의 눈물 연기를 볼 때는 ‘정 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줬지만~’이란 허스키한 여가수의 ‘얄미운 사람’ 노래가 생각난다. 유행가 가사는 언제나 시대를 반영한 리얼 희비 쌍곡선을 달리니까.

술꾼은 해장술에 망하고 노름꾼은 본전에 망한다는데, 사랑꾼이란 미명하에 함부로 몸을 굴릴 일은 아니다. 혹시라도 이 연극을 잘못 인식하여 남녀의 사랑은 다 이러한 거로 오해하는 일이 있을까 봐 염려스럽기도 하다. 구시대적 발상이라 손가락질해도 할 수 없다.

성장이 몸이 자라는 것이라면, 성숙은 생각이 자라는 것이다. 이 성장과 성숙이 같이 자라야만 세상을 가치 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 마땅찮게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오기를 부릴 일은 아니다. 상처 난 슬픔과 욕망을 다 이런 식으로 드러낼 일은 아니다. 젊은이들이여! 용기를 가지고 청춘사업에 도전하라.

떳떳하고 깔끔하고 투명하게.

과꽃은 가을이 올 때 피고 국화는 가을이 갈 때 이운다. 가을 대신 사랑을 대입해 보라. 여러분의 앞날에 과꽃이 필 날이 멀지 않았으니 힘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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