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에게 갑자기 100억이 생긴다면

라이어 3탄 '튀어" 연극을 보고

by 소봉 이숙진



만약 당신에게 갑자기 100억이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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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선 나부터 100억이란 돈이 굴러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골똘히 생각해 본다. 나라고 돈에 욕심이 없을까. 아마 나도 신고하기 전 고민을 안 한다는 것은 보장 못 한다.

어느 집 지하에서는 사과 상자 안에 든 오만 원짜리 지폐의 곰팡이 닦는 아르바이트도 있다는데…. 만약 현찰이라면 나도 지하에 숨겨놓고 아르바이트생이나 쓰는 호사를 한 번 누려볼까 하는 헛된 유혹도 생길 거다.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상을 고발하는 연극 라이어 3탄을 보고 온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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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즐거움은 좋은 희곡, 배우들의 연기, 관객과의 의사소통이란 세 가지가 만족해야 한다. 일단 삼박자가 맞아 들어간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어느 날 택시에서 가방이 뒤바뀌어 생긴 코믹극이다. 웃음 속에 깊이 배어있는 풍자는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끔 만든다.

돈 앞에서 완전히 이성을 잃고 외국으로 튈 생각을 하는 주인공 남자,

자신의 본분을 잊어버린 형사, 남편을 버리고 돈을 선택하는 친구의 아내, 모두 돈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비열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상한 행동을 의심하여 따라온 형사를 따돌리기 위한 거짓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진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란 말이 헛말이 아니다. 그들의 거짓말은 살아있는 한 남자를 죽이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만들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인생에서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다.’라고도 했는데…. 우리는 살면서 거짓말을 얼마나 하고 살까. 선의의 거짓말도 있고 가증스러운 거짓말도 있고 하니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기는 힘이 든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예뻐졌다는 둥, 옷이 참 잘 어울린다는 둥, 상대를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선의의 거짓말이다. 그런 선의의 거짓말이야말로 아름다운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거짓말이다. 나를 만난 후 그 친구가 기분이 좋아졌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선의의 거짓말 때문에 웃지 못 할 추억 하나 떠올린다. 친구 하나가 일찍 결혼한 신혼부부 집에 열 명 정도 초대받았을 때다. 어설픈 솜씨로 상을 차렸는데, 김치는 배추가 덜 절여져서 밭으로 날아가게 생겼고 반찬은 간이 잘 맞지 않았다. 그중에서 소고기뭇국이 그나마 간은 좀 맞는 것 같아서 우리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 앞에서 체면도 세워 줄 겸 국을 어떻게 이렇게 잘 끓였느냐고 하며 너무너무 맛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해댔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대구에서 올라온 눈치 없는 친구 하나가 “이상하다, 서울 사람들은 입맛이 다르나? 나는 맛이 없는데 와 맛있다 카노?”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말똥 굴러갈 나이도 지났건만 옆 사람을 꼬집고 때리고 웃느라고 배꼽 간수하던 일이 두고두고 우리 수다의 단골 메뉴가 되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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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3탄의 「튀어」도 뒤바뀐 야쿠자의 가방에 든 백억 때문에 거짓말을 이어가는 하룻밤의 꿈같은 이야기다. 거짓말에 거짓말이 보태져 쉴 새 없이 꼬여가는 기상천외한 상황과 통쾌한 스릴감으로 90분간 웃다가 나왔다. 선의의 거짓말은 많이 할수록 좋은 일이고, 가증스러운 거짓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범죄를 은폐하려고 하는 거짓말은 언젠가는 탄로 날 것이니 애당초 시작을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나저나 나도 백억이란 돈을 주워서 시험에 들어 보았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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