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향연

아파트 둘레길 베이스가 핑크에서 퍼플로 바뀌었다.

by 소봉 이숙진

보랏빛 향연


긴 장마 뒤 반짝 나타난 햇빛이 노랗게 퍼진다. 얼른 하던 일을 멈추고 산책을 나갔다. 며칠이 지났다고 내 시야에 들어 온 베이스는 온통 보랏빛이다. 당연히 붉은색 일색이리라 믿었는데, 보랏빛이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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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로 변한 둘레길을 걸으며 오래전에 써 둔 <맥문동> 시를 생각한다.


개울가 소금쟁이 다리사이로

새털구름 빠져 나갈 때

소나무 그늘아래

나볏한 몸 곧추며

소리 없는 합창 사분댔지

풀 섶에 우렁이 알집

연분홍으로 필 때면

어정칠월 동동팔월

꼬치꼬치 영글어서

곤댓짓했지

나뭇등걸에 찬바람 일고

모기도 입이 비뚤어지면

어상반한 푸새들

갈 빛 향기로 차오르는데,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빌려

보랏빛 꿈을 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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