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옅게 바르고
화장을 할 때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이 입술이다. 화장의 마무리 단계는 립스틱 바르기지만, 품위 있게 바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너무 짙게 발라도 안 되고 번져도 안 되고 쉬이 지워져도 안 되니,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긴 이 입술이라는 게 겉으로 나타나는 가장 섹시한 부분인지라, 뭇 여성의 최애 화장품이 되었다. 그런 관계로 립스틱 만드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했다. “입술을 주면 다 준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듯이, 속살같이 연한 촉감으로 남자를 천상에 이르게 하는 비밀의 무기가 아닌가.
이 세상의 모든 술 가운데 가장 매력적이고 맛있는 술은 입술이라고 하는 마당에, 입술 화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면서 마스크를 쓰게 되니, 립스틱을 짙게 바르지는 못 하더라도 옅게도 바를 기회가 없어졌다.
몇 해 전 LA 갔을 때 그곳 글벗으로부터 최고가의 립스틱을 선물 받았다. 색상이 맘에 안 들면 교환하라고 영수증까지 얹어 주는 섬세한 벗이다. 영수증을 보자 이 작은 립스틱이 이렇게 비싸도 되나 싶어 깜짝 놀랐다. 너무 사치하다는 약간의 저항(?)을 느끼며 다른 것과 교환할까도 생각했다.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귀한 마음이 담긴 것이니, 바꾸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신주 모시듯 아끼며 특별한 날만 사용하고 있다.
예닐곱 달을 색조 화장을 안 하다가, 집안에 혼사가 있어 결혼식장에 갈 일이 생겼다. 할 수 없이 립스틱이라도 옅게 발랐더니, 마스크를 쓰니 무슨 소용인가. 마스크에 묻을세라 화장지로 지우면서, ‘립스틱 짙게 바르고 ~’란 가요를 부질없이 흥얼거린다. 아쉬운 마음에 립스틱을 쥐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뿔사, 유통기한이 임박하다. 아끼다 보니 아직 많이 남았는데 어쩔 것인가. 앞으로도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이 상황에 사용할 일이 없으니 자가당착이다. 있을 때 잘하고, 있을 때 잘 쓰고, 있을 때 잘 먹어야 하거늘~.
코로나 19시대엔 색조화장품 회사 매출이 영 부진하겠다.
노래방에서 ‘립스틱 짙게 바르고~’ 가 울려 퍼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