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편 인동차(忍冬茶) 전문을 읽고
인동차(忍冬茶)
노주인(老主人)의 장벽에
무시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서리다가
바깥 풍설(風雪)소리에 잠착하다.
산중에 책력도 없이
삼동이 하이얗다.
시 속의 노인은 세상을 피해 초가삼간 흙벽속에서 무시로 인동차를 마시며 지내는 사람이다. 방에는 자작나무 숯불이 화로에 발갛고 그 훈기로 한쪽 구석에서는 무순이 파랗게 돋는다. 훈훈한 김에서도 흙내가 감돌고 밖에는 눈바람이 치는 엄동. 세월이야 어차피 흐르는 것, 책력은 봐서 무엇하랴. 세상은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였고.
얼마나 맑고 깨끗하고 높은 삶의 자세인가. 동족상잔의 진흙밭에서 뒹굴기엔 역시 지용은 너무 고고하고 도도한 시인이었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31쪽에서 옮김)
이 시에는 우선 낯선 단어가 하나 있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잠착하다 : 마음을 가라앉히다.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골똘하게 쓰다.
"산중에 책력도 없이
삼동이 하이얗다"
여기서 숨이 멎는다. 하이얗다를 치면 요즘엔 컴 자체가 빨간불을 내뿜겠지만, 하얗다 보다 하이얗다가 훨씬 정감있고 세상을 잊게 만든다.
그렇다. 책력은 봐서 무엇하랴. 어차피 세월은 흐르는 것.
세대를 아우르는 건 역시 산수시다. 천둥 번개 동반한 장대비가 내리치는 날 커피를 마시며 열 번은 더 이 시를 감상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고 서성거린다.
Way? 어째서? 무엇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