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할 자리에 앉다 보면 결정할 것들이 쌓여간다. 중요한 것, 덜 중요한 것, 시급한 것, 나중에 해도 될 것들이 뒤섞여 책상 위와 컴퓨터 바탕화면을 어지럽힌다. 결정이 뒤쳐지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묵혀지고, 그렇게 무거운 짐처럼 어깨를 짓누른다.
일 년에 한두 번 호텔을 찾는다.
호텔방에 있는 책상 의자에 앉으면 평소 묵혔두었던 결정거리들을 포스트잇에 메모하고 여기저기 붙여둔다.
그 작은 메모 하나하나가 내가 안고 있는 고민이고 숙제들이다. 호텔의 조용함 속에서 선명하게 풀어야 할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호텔 의자에 앉아서는 버릴 것들부터 추려낸다. 포기해야 할 문제들, 더 이상 끌고 가지 않아도 되는 고민들을 찾아내어 과감히 찢어버린다. 그러면 진짜 중요한 것들이 보인다.
버려야 보이고, 중요한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우선순위가 잡히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그러고 나면 짐스런 무거움은 해방감과 안도감으로 바뀐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의 공부방을 먼저 꾸민다. 하지만 정작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사실 부모의 서재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부모의 행동을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놓친다.
부모가 책을 읽고, 정리된 공간에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백 마디 잔소리보다 강력하다.
중요하지만 놓치는것들이 이렇게 종종 있다.
우선순위는 버리기도 해야 하고,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헤아려야 보인다.
호텔의자에 앉아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찾아내고,
문제해결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경험이 쌓여가면서 이제는 성공의 기억이 축적된 특별한 자리가 되었다.
그 의자에서 내린 결정들이 실제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고, 과감히 버린 것들을 통해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문제들은 또 쌓이고 쌓인다. 우선순위를 새로 잡아야 할 만큼 복잡한 상태가 되면
문제해결과 함께 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는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