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주리가 사는 법

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1)

by Anima

# 윤아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낸다.

끄윽, 끄윽, 아악!

울음인지 비명인지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익숙한 남자의 소리가 들린다.

왜 그래,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 남자는 엄마의 배를 누르는 것 같다.

숨이 막힌다. 저 남자는 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조금 있으려니 귀에 익은 여자의 말소리가 들린다.

왜 저러냐 밤마다, 못 살겠다. 뭘 어쨌다고 그래?

엄마의 비명이 잦아들었다.

여자가 남자를 데리고 나간 것 같았다.

아가, 나 저 남자, 네 아빠가 될 사람과 못 살겠다.

들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내게 엄마는 하소연했다.

너를 봐서라도 참고 살려고 했는데 이제 도저히.....

엄마는 이제 뱃속에서 3개월 된 나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흔들려 도착한 곳은 엄마의 친정이다.

왜 또 왔니? 또 싸웠어?

이제 못 살겠어. 더는 못 살겠어요.

아이고, 못 살면 저 애는 어떻게 하고?

애 낳으면 좀 나아지겠지. 취직도 하고, 식구에게 행패도 안 부리고......

우리 잘못도 크다. 착한 사람인 줄만 알았지,

그럴 줄 몰랐잖아.

엄마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그 남자가

그런 줄 몰랐다고 한다.

잘 살펴볼 것이지, 당사자인 엄마는 대학 나온 사람이 그렇게 판단력이 모자랐단 말인가.

뱃속에서 엄마를 탓하고 있는데 엄마의 말소리가 울린다.

나 못 낳겠어. 병원에 갈래.

들어선 아기를 왜 안 낳아?

참고 살다 보면 나아지겠지.

나를 못 낳겠다면 뱃속에서 평생 살라는 말인가? 아니면......

여긴 너무 어둡다. 나도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엄마가 울면 나도 울고 싶고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 나는 불안하다.

나가서 엄마도 보고 싶고 엄마를 괴롭히는

그 남자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