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결혼 그리고 이혼(9)
제과점을 차렸으니 이제 같이 살자고 달려들며 무차별적인 전화로
동네방네 봉 주리의 험담을 하고 다니던 이 진상의 횡포는 계속되었다.
전화로는 성에 안 찼는지 교장을 만나겠다고 학교로 들이닥친 것이다.
마침 여 교장은 출장 중이었고 남 교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이 진상을 발견하고
남교사 휴게실로 이끌었다. 그의 초점을 잃은 시선과 안절부절못하는 행동으로 보아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꼈을 것이다.
봉 선생님 남편분이 학교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 여자가 선생 자격이나 있나요?
애 팽개치고 나가서 바람이나 피우고 다니질 않나, 애 앞에서 남편에게 파리채를 들고 설치질 않나, 남편, 시부모님 알기를 개똥같이 여겨 툭하면 친정으로 쪼르르 달려가질 않나......
이런 여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맞나요?
무슨 사정이 있는가 본데 봉 선생님은
평소 성실하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스승의 날에는 모범교사 표창까지 받은 분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고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시고
이렇게 찾아오기까지 하시면 곤란합니다.
이 진상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라
남 교감이 정중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말하자
같은 말만 중얼거리다 다시 오겠다고 돌아갔다고 한다.
봉 주리가 교감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은 2년이 지난 때였다.
이 진상을 피해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은 봉 주리가 평소 존경하던 교감을 찾아간 날,
그때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다.
봉 선생님, 참 고생이 많았어요.
어떻게 지내는지 늘 궁금했는데, 괜찮아요?
남편이란 사람이 전화도 몇 번 하고
직접 찾아온 것은 두 번이었어요.
그때마다 사람들 피해서 조용히 얘기한다고 했는데 혼자 흥분해서 떠드니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참 별난 사람이에요.
같이 근무할 때는 이 진상이 두 번이나 찾아온 것을 알면 봉 주리가 불편해할까 봐 다른 학교로
간 다음에 털어놓으니 무던히도 속이 깊은 분이다.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고서도 이 진상의 전화는 계속되었는데 전근 가서 없다 하니 어느 학교냐고 캐묻는 것을 아무도 답해 주지 않았다 한다.
입단속을 부탁한 것도 아닌데 다들 함구했다니
봉 주리로선 부끄럽고도 감사한 일이다.